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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블랙홀-2] 시름 깊어지는 차·전자·철강…산업계 '긴장'

기아차 멕시코 공장, 연간 생산능력 40만대…미국 수출 막힐 경우 ‘타격’
전자업계, 스마트폰· 냉장고·TV 악재...반면 반도체는 반사 이익 기대
철강업계, 관세폭탄 맞을 우려...포스코, 현대제철 등 대응 마련 '분주'

박상효 기자 (s0565@ebn.co.kr)

등록 : 2017-01-19 16:28

출범을 이틀 앞둔 트럼프 행정부는 강력한 보호무역주의를 천명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식이 가까워질수록 경제 분야에서 '트럼프 리스크'가 현실화되면서 국내 산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이에 발맞춰 글로벌 기업들은 미국 정부의 눈 밖에 나지 않기 위해 앞다퉈 투자를 약속하는 등 ‘친트럼프’ 제스처를 취한 상황이다. 그러나 우리 기업들은 삼성전자, LG전자 등 일부를 제외하고는 구체적인 계획을 밝히지 못하는 실정이다.

‘최순실 게이트’ 등 혼란스러운 국내 정치 상황에 매몰돼 기업들의 운신의 폭이 좁아졌으며 정부 기능 또한 마비돼 출범 초기 트럼프 정부와 친밀한 관계를 맺을 '골든타임'을 놓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자동차, 에너지, 전자, 철강 산업은 향후 수출 전망이 어두워졌다.

▲ 자동차 "토요타 멕시코공장 비판한 트럼프… 현대·기아차도 긴장"

자동차 업종 투자는 신중을 기해야할 것으로 점쳐진다. 글로벌 자동차 수요가 장기 저성장 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글로벌 자동차업계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국경세 압박에 굴복하고 있는 가운데 올해 판매 목표치를 사상 최대치인 825만대로 설정한 현대차그룹의 계획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되는 것은 멕시코 공장을 보유한 기아차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인의 미국 보호주의 압박에 글로벌 자동차업계가 미국 내 투자계획을 속속 밝히면서 현대차그룹의 행보에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자동차업계의 경우 멕시코에서 제품을 생산해 미국에서 판매하는 전략을 취해왔기 때문에 트럼프 정부의 첫번째 타깃이 됐다. 트럼프 당선인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인 ‘트위터’를 통해 직접 업체명을 거론하며 압박에 나서 업계의 긴장감은 날로 높아지는 상황이다.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는 멕시코 등 인근 국가에서 생산한 제품에 대해 ‘국경세’를 물리는 것이 핵심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후보 시절부터 멕시코산 제품에 대해 35%의 관세를 물리겠다고 공언해왔다.

때문에 멕시코에 공장을 건설했거나 건설 예정인 글로벌 자동차기업들이 트럼프 행정부의 눈 밖에 나지 않기 위해 투자 계획을 연달아 발표했다.

이같은 미국 신정부의 기조는 멕시코공장 생산을 늘릴 계획인 현대차그룹 입장에서는 부담일 수 밖에 없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지난해 미국시장에서 142만여대를 판매했으며, 상승세를 타고 있는 북미시장을 겨냥해 멕시코 공장을 준공, 연간 40만대 규모 생산이 가능해졌다.

당초 기아자동차는 올해 멕시코 공장 물량을 지난해보다 10만대 가량 늘린 25만대로 설정했다. 멕시코공장에서 생산되는 물량의 80% 가량은 미국으로 수출될 예정이었다.

일각에서는 현대차가 미국에서 가동 중인 앨러배마공장과 조지아공장에 대한 투자를 높이는 방안이 가장 타당할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그러나 기아차 멕시코공장이 트럼프의 사정권에 들어 실질적인 조치가 취해질 경우 단기적인 타격은 불가피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현대차가 바로 응답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향후 5년간 미국에 총 31억달러를 투자한다. 이는 지난 5년간 투입한 21억달러보다 많은 액수다.

17일 정진행 현대차 사장은 외신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친환경·자율주행자 등 미래 신기술 관련 연구·개발(R&D)과 기존 생산시설의 신차종 생산·환경 개선 등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현대차는 이와는 별도로 필요시에는 현지에 신규공장도 건설해 수요가 많은 스포츠유틸리티 차량(SUV)이나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를 생산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 전자업계 "수출에 비상"...현지 생산 방안 검토, 반도체는 반사 이익 기대

보호무역주의 성향이 강한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국내 전자업계들의 희비가 교차하고 있다.

역시 트럼프의 당선은 스마트폰 사업의 악재다. 트럼프 당선 이후 업계는 강화되는 보호무역 기조에 따라 국내 스마트폰의 대미 수출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전자는 상반기 미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26%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선전하고 있다.

미국시장에서의 매출 감소는 삼성 스마트폰 사업 전체에 끼치는 영향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시장은 프리미엄 제품의 비중이 높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증권 관계자는 "트럼프의 당선으로 미국이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고 관세 인상에 나설 경우 국내 스마트폰 제조사들의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관세 인상과 함께 미국의 약달러 정책에 따른 원화 강세는 가격 경쟁력을 더욱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우려된다.

다만 일각에서는 미국의 보호무역주의는 주로 중국 제품들을 겨냥한 조치이기 때문에 오히려 삼성 제품이 이에 대한 반사이익을 볼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또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북미 가전시장 진출에 적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트럼프는 보호무역주의 강화를 위해 멕시코에서 생산된 제품을 미국에 수출할 때 3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이 공약이 실현되면 북미 빌트인 가전 시장 진출하고 있는 국내 가전업계는 타격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멕시코 공장에서 만든 제품들을 미국으로 수출할 때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에 따라 무관세 혜택을 받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멕시코에 대한 보호무역주의 정책을 채택하고 북미자유무역협정을 폐기할 경우 국내 가전업체들은 높은 비율의 관세를 지불해야 할 가능성을 피해가기 어렵다.

삼성전자는 멕시코 티후아나에 TV 공장을 운영하고 LG전자는 레이노사와 멕시칼리에서 TV공장, 몬테레이에 냉장고와 오븐 생산 공장을 두고 있다. 두 기업의 북미 수출 비중은 2016년 상반기 기준 각각 32.6%, 29.1%로 전체 매출의 1/3 가까이 차지하고 있다.

북미 가전시장은 국내 기업들의 핵심 시장인 동시에 최근 들어 활동 범위를 확대하고 있는 중요한 시장이기도 하다.

국내 업체들이 북미 가전시장 진출을 본격적으로 하는 상황에서 트럼프 당선인의 미국 보호무역주의 정책은 이들에게 불안감을 가중시키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의 보호무역주의 강화 정책은 자국의 가전업체의 경쟁력을 살려주는 동시에 국내 가전업체들의 입지를 축소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국내 반도체업계는 트럼프 당선으로 수혜를 입을 전망이다.

트럼프가 보호무역주의를 내세워 중국과 미국 반도체 기업들의 인수합병에 대해 비협조적인 자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고 이는 국내 업체들에게 유리한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관측된다.

중국 반도체 업체들은 미국 업체들과 인수합병을 통해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는 상황이다.

인수합병을 통해 기술 확보를 실시하고 있는 중국 반도체업계에 제동이 걸려 국내 반도체업계는 중국 기업들과 기술격차를 벌려나갈 시간적 여유를 확보하게 됐다.

중국은 반도체 국산화를 위해 반도체 굴기를 선언한 후 오는 2020년까지 54조억원이 넘는 금액을 투자하고 있다. 중국의 반도체 기술력은 한국이나 미국 기업에 비해 뒤쳐져 있는 상황이지만 업계에서는 중국의 반도체 국산화는 '시간문제'라고 지적해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트럼프 당선인이 대중국 경제현안에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면서 중국 반도체 기업과 미국 기업의 인수합병은 사실상 어려워졌다.

▲ 철강 "수출 진출 전략에도 변화가 필요"...새로운 시장 발굴

국내 철강업계가 관세폭탄을 맞을 우려가 제기됨에 따라 수출의존도가 높은 국내 철강업체에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된다.

제품 가격이 오르면서 최근 조금씩 경기가 살아나는 철강업계는 트럼프 리스크가 상승세를 가로막는 악재가 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특히 트럼프는 고립주의, 자국우선주의, 보호무역주의 성향을 드러내는 발언들을 그동안 끊임없이 쏟아내 미국과 이해관계가 밀접한 한국 철강 산업 역시 이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은 지난해 8월 한국의 주력 수출품목 중 하나인 열연강판에 61%의 관세폭탄을 부과해 한국 철강업체의 제품 수출량이 급감한 상황에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보호무역 기조가 이보다 더 강화될 경우 수출 회복에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미국은 국내 생산 철강재의 13%가 수출되는 주요 단일시장으로 관세장벽이 형성될 경우 국내 업체들이 수출 감소는 불가피하다.

또한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미국의 국내 완성차 공장에 자동차 강판을 공급하기 위해 멕시코에 가공센터 등을 구축해놓고 있다. 트럼프 당선자가 NAFTA 철폐 등의 공약을 현실화하면 멕시코산 제품에 관세가 붙으면서 국내 완성차 업체가 가격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

미국 연방 의원과 철강협회는 중국뿐만 아니라 한국도 정부 보조금 및 초과 생산으로 낮은 단가의 철강을 미국으로 덤핑하고 있다며 비판의 날을 바짝 세우고 있다.

다만 트럼프가 클린턴 보다 4배 이상 많은 공공인프라 투자를 공약하고 있어 미국 내 철강 수요가 증가할 전망되지만 미국산 제품 이용을 의무화하는 ‘바이 아메리칸(Buy American)’ 규정을 강화함으로써 미국 철강업체 위주로 특혜가 점쳐진다.

트럼프의 재임 기간 중 한국 철강산업의 수출 손실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 철강업체들의 수출 진출 전략에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국내 철강업계는 △지역 및 국가별 타깃팅 전략 수립 △현지 파트너사와 협력 강화 △상대국 모니터링 강화 △정부와 외교적 물밑 접촉 등을 강화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철강사들은 주력 수출시장에서 위험 요인을 찾아 이에 따른 타격을 완화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또 수출 위험이 높은 지역에서는 고급 강재를 중심으로 차별화된 수출 전략을 추진해야 할 것으로 파악된다.

새로운 시장 발굴을 통해 수입장벽에 막힌 물량의 수출지역 전환 및 확대를 모색할 필요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