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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해운, 내일 파산선고…한국 해운 어디로 가고 있나

해운업 불황으로 유동성 위기 해결 못해
'제2의 한진해운' 막아야…정부 해운업 살리기 박차

황준익 기자 (plusik@ebn.co.kr)

등록 : 2017-02-16 16:50

▲ ⓒ한진해운
"한국 해운을 장보고 이전으로 회귀시킨 이 정권을 용서하기 어렵고, 후배들에게는 해운업의 미래를 망쳐 놓은 선배 세대가 됐으니 치욕스럽기도 합니다."

전 한진해운 선장 A씨는 한진해운 사태를 겪은 심정에 대해 이같이 토로했다.

지난해 8월 법정관리에 돌입한 한진해운이 결국 파산 결정을 눈앞에 뒀다. 정부가 해운업에 대한 구조조정 칼을 빼들었지만 상황은 악화일로다. 현재 한국 해운업이 위기를 넘어 침몰 수준에 이르면서 해운업계에서는 "소 잃고 외양간이라도 고치자"는 웃지못할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16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한진해운의 법정관리를 담당하는 서울중앙지법은 오는 17일 파산 선고를 내릴 예정이다.

100여척의 컨테이너선, 11개의 터미널, 23개의 해외 현지법인, 100여개의 영업지점을 보유하며 국내 1위·세계 7위의 원양선사였던 한진해운은 이로써 40년 역사에 공식적으로 종지부를 찍게 된다.

특히 전 세계 90여개 항만을 연결하는 74개의 서비스 노선을 구축했던 한진해운의 파산은 한국 해운산업의 붕괴는 물론 조선업, 항만업 등 연관산업의 타격으로 이어질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실제 부산해양수산청은 한진해운의 파산이 선고되면 협력업체들은 400억원대의 미수금으로 인한 피해를 볼 것으로 분석했다.

한진해운 사태로 각각 650여명에 달했던 한진해운 육상직원과 해상직원(선원)들은 실업자 신세로 내몰렸다. 육상직원 중 절반 가량만 현대상선과 SM상선 등으로 옮겼고, 선원 400여명은 아직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승환 전 한진해운 육원노동조합위원장은 "지난달 퇴사하고 일부 소수인원들과 함께 회사 장학재단사업 업무를 맡고 있다"며 "주변에 구직을 하지 못한 직원들이 많다"고 전했다.

"금융논리 구조조정 아쉬워"…최순실 개입설도

한진해운은 해운업 호황기가 지난 2013년부터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는 등 유동성 위기가 커지자 지난해 4월 25일 결국 자율협약을 신청했다.

한진해운이 법정관리를 피하기 위해서는 총 1조2000억원의 유동성을 확보해야 했었다. 한진해운은 용선료 협상과 채무재조정 그리고 한진그룹 지원 등으로 총 9000억원의 확보 방안을 마련했다. 부족액 3000억원은 정부에 요청했지만 거절당했고, 이후 한진해운은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법정관리 이후 밀린 용선료와 하역비 등으로 한진해운 선박들은 손발이 묶였고 세계 곳곳의 항만에서 압류됐다. '한진해운발 물류 대란'은 당시 세계 해운시장의 뜨거운 감자였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물류대란은 정부와 채권단의 판단 착오에서 비롯됐다"며 "지난해 해운업 구조조정 착수 당시 한진해운에 대한 적극적인 대안 마련에 나섰다면 이같은 물류대란은 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업계에서는 정부의 해운 구조조정이 실패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자산 매각과 재무구조 개선에 초점을 맞춘 구조조정 방식이 경쟁력 상실을 자초했다는 것이다.

최근 2~3년간 한진해운은 알짜자산을 잇따라 정리하면서 정부가 요구한 부채비율 400%(선박펀드 기준) 맞추기에 급급했다. 대다수 해운 전문가들이 이 같은 구조조정을 우려했지만 정부와 금융당국은 "유동성 지원은 없다"고 못박으며 매각을 부추겼다.

한진해운은 결국 미주·아주노선 영업망을 SM상선에, 미국 롱비치터미널은 스위스 선사 MSC와 현대상선에 매각했다.

특히 롱비치터미널은 세계 2위 스위스 선사인 MSC의 자회사 TiL이 지분 80%를 가져갔고 현대상선은 20%의 소수지분만 확보했다. 정부는 현대상선이 한진해운의 우량자산을 인수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했지만 이 구상은 실패로 돌아간 셈이다.

'3000억원'이 부족해서 한진해운이 청산되는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비선실세' 최순실씨가 있었던 게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됐었다.

당시 한진해운 육원노조는 "실세의 뜻에 따라 경제논리와 상관없이 세계 7위 선사를 망하게 한 후 현대상선만으로 꾸려가는 것은 국가적 불행이다. 공정한 평가를 받았는지 의문"이라며 "한진해운을 살게 지원해주는 금액보다 훨씬 큰 금액을 들이는 것이 박근혜 정부의 산업경쟁력 강화냐"고 주장했다.

현대상선, SM상선 대안 '회의적'

한진해운 파산으로 현대상선과 SM상선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해운조사업체 알파라이너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한국의 컨테이너 선복량은 51만TEU(1TEU·20피트 컨테이너 1개)다. 한진해운이 법정관리를 신청하기 전 106만TEU와 비교하면 절반 넘게 줄어든 수치다.

한진해운 공백은 글로벌 상위선사들이 메웠다. 이들은 인수합병(M&A)을 통한 몸집 불리기에도 나서면서 시장점유율은 더욱 늘어나고 있는 상황.

반면 현대상선은 2M과 전략적 협력관계를 맺었지만 '반쪽' 가입이란 혹평을 받는다. 규모의 경제가 실현되는 글로벌 해운시장에서 2M과의 협력기간인 3년간 대형선박에 한해 신조 발주가 제한되기 때문이다.

한진해운의 미주·아주 노선을 인수한 SM상선도 다음달 출범할 예정지만 컨테이너박스와 화주 확보에 어려움이 따르고 있다.

또다른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려면 선복량이 최소 100만TEU는 돼야 한다"며 "현재 상황으로 현대상선과 SM상선은 근해선사 수준에 머무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혹평했다.

한국 해운업 살리기 적극 나설 때

'제2의 한진해운 사태'를 막기 위한 정부의 움직임에도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정부는 최근 수립한 해운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에 따라 올해 총 6조5000억원 규모의 금융 지원을 한다.

한국선박해양은 다음달 초까지 현대상선에 7200억원 규모의 자본 확충을 지원하고 1조원 규모로 조성된 글로벌 해양펀드로 터미널 등 자산 인수를 돕는다.

또 현대상선과 장금상선, 흥아해운이 결성해 다음달 출범하는 'HMM+K2 컨소시엄'을 국내 대부분의 선사가 참여하는 조직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조봉기 한국선주협회 상무는 "안타깝지만 현실이니 받아들이고 우리가 뭘 잘못했는지 꼼꼼히 반성하는 등 심기일전해서 다시 한국해운을 재건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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