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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족 "안전사고 인정하라"…삼표, 레미콘 기사 사망 "또 안전 불감증"

지난달 레미콘차량 기사, 폐수처리장 트럼멜서 시신으로 발견
그동안 유가족 "안전사고 인정하라"에 묵묵부답...결국 안전사고 판명

황준익 기자 (plusik@ebn.co.kr)

등록 : 2017-04-21 19:08

▲ 삼표그룹은 지난 1월부터 업계 최초로 레미콘 차량 안전운전 동영상을 제작해 안전예방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삼표그룹
지난달 삼표산업 성수동 공장에서 발생한 레미콘 기사 사망사고는 업체 측이 안전시설을 설치하지 않아 사망한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 성동경찰서는 삼표레미콘 공장장 박모(52)씨를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불구속 입건해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21일 밝혔다.

박씨는 지난달 6일 오후 서울 성동구의 삼표레미콘 공장 내 폐수처리장 수로에 안전 설비를 갖추지 않아 이모(59)씨를 사망케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과 유가족에 따르면 지난달 6일 오후 7시 50분께 삼표산업 성수공장 폐수처리장 트럼멜(원형선별기) 내부에서 레미콘차량 기사 이모씨가 시신으로 발견됐다.

이모씨는 이날 오후 5시 50분께 차량을 몰고 성수공장 폐수처리장으로 진입했다. 45분 후 이모씨가 안보이자 동료 차량기사는 상조회장에게 연락을 취했고 상조회장은 공장 사무실을 방문해 이모씨가 폐수처리장에 차량 주차 후 행방이 묘연하다고 전달했다.

포크레인을 동원해 수색한지 1시간여 뒤 수로로 연결된 모래골절선별기에서 이씨의 시신을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이씨가 레미콘 차량을 세척하다가 발을 헛디뎌 폐수가 흘러들어가는 수로로 빨려 들어가 사고를 유발했지만 수로에 안전설비가 제대로 갖춰졌더라면 사망에까지 이르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동안 유가족은 "안전 설비가 없어 일어난 명백한 안전사고"라고 주장했지만 삼표측은 이에대해 "첫 현장 검증 때 경찰에서 회사 안전 문제는 아니라는 결과가 나왔다"며 맞섰다.

유가족은 당시 사고 현장에는 위험한 장소임에도 불구하고 안전장치가 전혀 없었고 안전관리요원 역시 있지 않는 등 이번 사고가 안전사고라고 주장하며 삼표 측에 책임을 묻고 있는 상황이다.

더욱이 삼표 측에서는 공장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안전교육도 허술한 게 한 것으로 드러났다.

통상 공장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안전교육을 실시하면 교육 수료증이나 서명 등을 통해 교육을 받았다는 증빙자료가 있다. 하지만 유가족에 따르면 삼표산업은 네이버 '밴드'를 통해 안전교육 자료를 뿌린 게 전부였다.

삼표그룹은 지난 1월부터 업계 최초로 레미콘 차량 안전운전 동영상을 제작해 안전예방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고 자료를 통해 홍보했지만 그야말로 헛말이 됐다.

유가족은 지난주 EBN과의 통화에서 "회사와 만나서 유감이라는 인간적인 도리라도 바랐다"며 "안전사고를 인정하라는 말에 입을 다물고 있다"며 토로했다.

이어 "사고현장에 분명히 없었던 안전바가 장례식 이후 다시 찾아가 보니 임시방편으로 설치돼 있었다"며 "타 레미콘공장이 1·2·3차로 설치된 것과는 확연히 비교된다"고 강조했다.

경찰도 타 공장 동일 사업장에는 수로 구멍에 철망과 같은 안전설비가 설치돼 있는데 성수공장만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삼표그룹 홍보팀은 "경찰 현장 조사때에는 안전으로 인한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다"며 "유가족을 찾아가 거듭 사과드리고 영업을 일부 중단하고 차(레미콘)주들과 함께 장례식장을 찾는 등 유가족과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반면 사과 여부에 대해 유가족은 "장례식장이 병원 지하인데 회사 관계자들은 1층에만 있고 식장으로는 내려오지 않아 얼굴조차 보지 못했다"며 "공장장만 잠깐 들렀다"고 설명했다.

삼표그룹 계열사인 삼표산업은 1977년 7월부터 성수동 1가에 2만8873㎡ 규모의 레미콘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레미콘 공장 부지의 약 80%(2만2924㎡)는 사유지로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인 현대제철이 땅 주인이다. 나머지(5949㎡)는 국·공유지로 대부분 점용허가를 받아 공장 부지로 사용 중이다.

삼표그룹과 현대차그룹은 사돈 관계다. 정도원 삼표그룹 회장의 장녀 정지선씨와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장남 정의선 부회장이 지난 1995년 화촉을 올렸다.

한편 성수동 삼표 레미콘 공장 이전문제는 지역 주민들의 숙원사업이지만 삼표 측은 대체지가 없다는 이유로 이전을 미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