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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철강 구조조정, '매각'만이 답 아니다

황준익 기자 (plusik@ebn.co.kr)

등록 : 2017-07-04 09:57

철강산업은 세계적인 공급과잉으로 부진이 거듭되고 있다. 특히 세계 조강 생산량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중국의 생산과잉이 철강시장의 어려움을 가속화 시켰다.

지난해 중국은 공급과잉을 해소하고자 2020년까지 조강 생산량을 1억5000만t 감축하겠다고 발표하는 등 철강 구조조정을 공식화 했다. 이후 지난해 6500만t 규모의 철강생산 설비를 폐쇄하는 등 올해는 5000만t 감축이 목표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중국의 철강 구조조정으로 중국 철강재 가격이 오르면서 국내 철강업체들도 철강재 가격인상 요인이 생겨 지난해 실적개선을 이뤄냈다.

하지만 미국을 비롯한 전세계 보호무역주의 강화와 중국의 조강 생산량 증가 등 여전히 우리나라 철강업체들은 공급과잉 소용돌이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에 국내 철강사들도 구조조정 카드를 꺼내 들었다. 공급과잉 제품의 설비 매각과 전방산업 부진에 따른 사업부 통폐합 등이 강도 높게 이뤄졌다.

특히 현대제철, 동국제강, 하이스틸 등은 '기업활력제고를위한특별법(원샷법)'을 통해 사업재편승인을 받고 전기로 매각, 후판공장 매각 등을 실시했다.

최근에는 워크아웃(채권단 공동관리) 중인 동부제철의 전기로 매각이 추진되고 있다. 헐값 매각이라는 논란도 생겨났다.

그동안 업계에서는 매각 중심의 구조조정은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할 것이란 우려가 계속돼 왔었다.

수익성이 떨어지는 품목의 설비감축이나 공장매각 등은 당장의 재무구조 개선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중장기적인 관점에서는 결국 경쟁력 저하를 불러일으킨다. 이는 철강과 함께 구조조정 업종으로 분류된 조선 및 해운업계에도 고스란히 적용된다.

일례로 현대상선은 2002년 스웨덴 해운회사 왈레니우스(Wallenius)에 자동차선을 15억달러에 매각했다. 왈레니우스는 3억달러만 대금으로 지급하고 나머지 12억달러는 국내 은행권에서 대출했다. 자동차선 사업부(현재 유코카캐리어스)는 2002년 이후 순이익 2000억원~3000억원을 내는 흑자 기업으로 성장했다. 자동차선을 매각하지 않았다면 '지금은 어떻게 됐을까?'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매각 중심의 철강업계 구조조정 세아제강의 최근 행보는 눈여겨 볼만 한다. 강관과 함께 세아제강의 주력사업이었던 판재사업부문은 지난 1일자로 분할신설법인 '세아씨엠(SeAH Coated Metal Corporation)'으로 새 출발했다.

올해 1분기 매출액 기준 강관비중이 78%, 판재가 22%다. 강관과 판재를 분리해 각 사업부문의 업종 전문화 및 핵심역량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으로 성공적인 사업재편으로 평가 받는다.

현재 철강업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설비매각은 쉽지 않다. 동국제강의 제2후판공장이 아직 매각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전기로 매각 역시 동부제철 사례에서 보듯 고철 값 정도로 밖에 매각될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최근 '4차 산업혁명'이 주목 받고 있다. 철강업계도 예외는 아니다. 구조조정을 통한 사업재편이 성공하려면 매각 보다는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혜안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세계 조강생산량 5위다. 관련 기술과 축적된 노하우 매각이 아닌 보존과 함께 타 업종과의 협업 등 '혁신'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