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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 개정합의] 철강업계 "실질적 피해 없다...하지만"

미 트럼프 "대(對) 한국 무역적자 약 80% 자동차 지적"
철강업계 "이미 무관세, 관세 폭탄으로 대미 수출 급감"

박상효 기자 (s0565@ebn.co.kr)

등록 : 2017-10-06 08:17

우리 정부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협상을 개시하자는 미국 정부의 요구를 사실상 받아 들였다.

이에 따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결국 개정 수순을 밟게 됐다. 양국 통상당국은 4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제2차 FTA 공동위원회에서 개정협상에 착수하기로 사실상 합의했다.

자동차와 철강 업계는 대미(對美) 수출 물량에 대한 관세와 상계관세 부과 등으로 타격을 입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미국측은 자동차, 철강 등 상대적으로 적자폭이 큰 부분에 대해 일부 개정과 함께 한미FTA 이행 요구를 할 것으로 관측된다.

산업통상자원부와 미국 USTR(무역대표부)는 4일(현지시간) 워싱턴 D.C.에서 한미 FTA 개정 여부를 논의하기 위한 제2차 FTA 공동위원회 특별회기를 개최했다.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과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가 양국의 수석대표로 나선 이번 특별회기는 지난 8월 22일 1차 특별회기 이후 한미 FTA 관련 진전방안을 논의하자는 우리 측의 제안에 미 측이 수용하면서 이뤄진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공동위원회 특별회기 후 배포한 자료를 통해 “‘통상조약의 체결 절차 및 이행에 관한 법률’에 규정된 절차에 따라 경제적 타당성 평가·공청회·국회보고 등 한미FTA의 개정협상 개시에 필요한 제반 절차를 착실히 진행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자료에는 ‘양측이 FTA 개정 필요성에 인식을 같이했다’는 언급만 있을 뿐 공식적으로 개정에 합의했다는 부분은 없지만, 개정을 염두에 두고 관련 절차를 밟아 나가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한국이 개정협상 절차에 사실상 합의한 건 개정 요구를 거부할 경우 자칫 폐기와 같은 극단적인 상황까지 이를 수 있는 점을 우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한미 FTA 폐기 발언은 단순한 엄포가 아닌 실질적인 위협으로 해석됐다.


▲ 철강업계 "무관세, 실질적 피해없지만...보호무역 강화 예의주시"

특히, 미국 측이 자동차, 철강, 기계 등 상대적으로 적자폭이 큰 부분에 대해 개정 요구를 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양국간 팽팽한 신경전이 예상된다.

통상당국이 한미FTA 개정 협상 착수에 합의함에 따라 한국은 통상절차법, 미국은 무역촉진권한법(TPA)에 따라 관련 절차를 밟은 뒤 협상을 시작하게 된다.

자동차 분야는 미국이 대표적으로 문제 삼고 있는 분야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대(對) 한국 무역적자의 약 80%를 자동차 부문이 차지한다고 지적했다.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도 최근 기자 간담회 자리에서 “미국과 가장 많이 부딪힐 부분은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미국측은 한국의 이산화탄소(CO2) 배출량 규제 개선 등을 강하게 요구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철강 부문도 매번 거론되는 분야다. 미국의 철강수입 중 한국산 철강 점유율은 2011년 4.9%에서 지난해 기준 8.0% 상승했고 한국의 대미 흑자는 2.5배 확대되면서 미국은 자국 산업과 안보에 한국산 철강이 피해를 주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미국은 양국이 한미 FTA를 통해 이미 합의했지만, 미국 입장에서 제대로 시행되지 않은 부분에 대한 문제도 제기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최근 한국산 철강 등을 상대로 반덤핑 조사를 하면서 기업에 가장 불리한 정보를 적용해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는 '불리한 가용정보(AFA)' 규정을 강화했는데 업계에서는 정부가 한미 FTA에 별도의 무역구제 조항을 만들어 이런 움직임에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미국의 수입 철강재에 대한 압박도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 상무부는 현재 철강제품에 대한 무역확장법 232조 적용가능 여부에 대한 조사를 마치고 발표만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무역확장법 232조는 미국 국가안보에 위협을 줄 수 있는 수입활동에 대해 수입량 제한 등 무역조정조치를 내릴 수 있도록 하는 규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월 철강의 수입이 국가안보를 위협하는지를 조사하라는 행정명령을 상무부에 전달했다. 여기에 한국산 철강재가 포함될 경우 피해는 불가피하다.

국내 철강업계는 한·미 FTA 폐기로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지만 미국의 보호무역주의가 더욱 강화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현재 철강은 세계무역기구(WTO)의 무관세 협정에 따라 한·미 FTA와 관계없이 미국에 무관세로 수출되고 있다. 또 이미 국산 열연강판, 냉연강판, 선재 등에 대해서는 트럼프 정부가 반덤핑 제재를 가하고 있다.

철강은 세계무역기구(WTO)의 무관세 협정에 따라 한미 FTA 발효 이전인 2004년부터 미국에 무관세로 수출되고 있다. 그러나 한미 FTA 폐기를 계기로 미국이 한국산 철강에 대한 반덤핑·상계관세를 더 엄격하게 부과할 가능성이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미국에 수출하는 한국산 철강의 약 81%가 이미 반덤핑이나 상계관세를 적용받고 있다. 한국산 철강이 미국 전체 철강 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14년 3.8%에서 2016년 3.2%로 감소했다.

이와 함께 연관산업인 자동차 수출이 한미FTA 개정으로 줄어들면 국내 자동차 업계에 공급하는 철강 물량이 줄어 간접 피해가 발생할 수 있어 우려가 커지고 있다.

또한, 한·미 FTA가 폐기되면 미국은 한국산 철강에 대한 반덤핑 등 비관세 장벽을 강화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경제연구원은 한·미 FTA 재협상 수준을 무역급증 산업에 대한 재협상관세를 적용할 경우 2021년까지 5년간 자동차·자동차부품, 철강, 기계산업의 수출손실은 최대 17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자동차는 101억달러로 가장 타격이 크고 철강은 14억달러 수준으로 분석됐다.

또 미국으로 수출되는 자동차의 경우 무관세였지만 관세가 부과될 경우 자동차강판을 공급하는 철강업계도 물량감소 등 타격이 우려된다. 실제 현대자동차가 중국에서 부진하자 계열사인 현대제철의 실적도 악화됐다.

현재 중국 철강재 가격은 구조조정을 통한 감산정책과 건축경기가 살아나면서 치솟고 있다. 철강가격의 바로미터인 중국의 영향으로 가격인상 압박이 거세진 국내 철강업계는 실적개선을 기대하고 있는 분위기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가격인상 시도가 어려웠는데 최근 철광석 가격과 중국 철강가격이 오르면서 하반기 가격인상이 추진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한·미FTA 문제가 계속 거론되는 만큼 철강사들은 물론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한 철강업체 관계자는 "현재 철강은 무관세여서 한·미FTA가 폐기된다 해도 대상품목이 아니기 때문에 크게 영향은 없다"면서도 "관련 이슈에 대한 모니터링을 지속적으로 해나갈 것이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