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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통상압박] 철강 "한·미 FTA 개정 여부가 변수"

WTO 무관세 협정으로 영향 적지만 비관세 장벽 '우려'
차·가전 수출 감소 시 철강 판매량 타격...미 232조 결과 촉각

황준익 기자 (plusik@ebn.co.kr)

등록 : 2017-10-10 16:30

▲ ⓒ현대제철
'아메리카 퍼스트'를 앞세운 미국 트럼프 정부가 한국산 수출품에 대한 무역제재 수위를 높여나가면서 철강업계에도 긴장감이 감돈다.

우선 철강업계는 대미 수출 비중이 적고 세계무역기구(WTO)의 무관세 협정으로 당장 큰 영향은 없다는 입장이지만 자동차, 가전제품 등에 대한 미국의 압박이 거세지면서 관련 철강재 피해가 우려된다. 특히 자동차, 가전 등에 관한 한미FTA 관련조항 개정 여부에 따라 희비가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10일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대미 수출량은 374만t으로 전체 수출량(3097만t)의 12% 수준이다.

또 미국은 트럼프 정부 이전부터 한국산 열연강판, 냉연강판 등에 반덤핑 제재를 가해 2014년 570만t에 달했던 대미 수출량은 대폭 줄어들었다.

철강업계는 수출량이 적고 무관세를 적용받기 때문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개정되더라도 직접적인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고로사인 포스코는 "올해 상반기 기준 미국 수출량은 전체의 1%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최근 양국이 한·미 FTA 개정에 합의하면서 한국의 자동차 수출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기준 현대자동차가 국내에서 생산한 차량의 미국 수출 비중은 33.2%, 기아차는 30.6%에 이른다.

한국산 자동차의 대미 수출에 대한 관세는 한·미 FTA에 따라 지난해 초 없어졌다. 개정 협상에 따른 관세 부활을 우려하는 이유다.

한국경제연구원은 한·미 FTA 재협상 수준을 무역급증 산업에 대한 재협상관세를 적용할 경우 2021년까지 5년간 자동차·자동차부품, 철강, 기계산업의 수출손실은 최대 17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자동차는 101억달러로 가장 타격이 크고 철강은 14억달러 수준으로 분석됐다.

이렇게 되면 자동차강판을 공급하는 철강업계도 물량감소 등 타격이 우려된다. 특히 현대·기아차의 의존도가 높은 현대제철은 최근 현대·기아차에 대한 중국의 사드보복 영향으로 실적부진을 겪기도 했다.

자동차에 이어 세탁기 역시 수출에 적신호가 켜졌다. 지난 5일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삼성·LG전자 등 한국 세탁기 수입으로 자국 세탁기 업계가 피해를 보고 있다고 판정했다. 미국 가전회사 월풀이 제기한 주장을 ITC가 받아들인 것이다.

ITC는 오는 19일 자국 세탁기 산업에 대한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발동을 위한 공청회를 갖은 뒤 트럼프 대통령이 올해 말께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세탁기 수출이 막힐 경우 세탁기에 들어가는 컬러강판 역시 타격이 불가피하다. 컬러강판은 건축 내외장재 및 냉장고, 세탁기, TV 등에 주로 적용되는 철강재다.

특히 삼성·LG전자에 컬러강판을 공급하는 동국제강은 두 회사의 공장에 맞춰 해외 철강가공센터을 건설해 왔다. 삼성전자는 베트남과 태국에서, LG전자는 경남 창원과 베트남, 태국에서 미국 수출 물량을 생산하고 있다.

동국제강은 현재 멕시코, 태국, 인도에 각각 1곳씩 보유 중인 해외 철강가공센터를 늘릴 방침이다. 가전업체에 공급하는 컬러강판을 가공 및 생산하는 곳으로 베트남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한·미 FTA 개정이 이뤄지더라도 철강재 수출에 대한 직접적인 영향은 크지 않다"며 "전방산업인 자동차, 가전, 기계 등에 수출이 막히면 여기에 적용되는 철강재 판매량은 떨어질 수 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한·미 FTA 개정뿐만 아니라 미국의 '무역확장법 232조' 규제까지 이뤄지면 상황은 더욱 악화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월 수입산 철강제품에 대해 '무역확장법 232조'를 발령하는 내용의 행정각서에 서명했다. 무역확장법 232조는 수입제품이 미국의 통상 국가안보에 위협을 줄 경우 수입을 제한할 있도록 한 법이다. 만약 미국 상무부가 '안보 침해'라는 결론을 내리면 세이프가드 발동 등 수입제한 조치를 취하게 된다.

일단 트럼프 정부는 중국산 철강을 겨냥해 무역확장법 232조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한국산 철강재가 규제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법이 시행될 경우 가장 우려되는 철강재는 유정용강관이다. 한국산 유정용강관은 대부분 미국으로 수출되기 때문이다.

특히 북미지역이 최대 수출지역인 세아제강은 지난 4월 미국 상무부의 유정용 강관에 대한 연례재심 반덤핑 최종판정에서 2.76%의 낮은 마진율을 부과 받았다. 타 업체와 비교해 낮은 수준이지만 수출이 막힐 경우 전략 수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박성봉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국내 고로사들은 미국향 매출량이 제한적(포스코 1%, 현대제철 4~5%)이기 때문에 영향이 크지 않을 전망이다"고 말했다.

한 대형 철강사 관계자는 "아직 FTA나 무역규제 등 명확하게 정해진 사항이 없다"며 "미국의 통상압박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비는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