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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환 세상돋보기] ‘구조조정 불안감’ 현대차·한국지엠 깊은 한숨

현대기아차, 중국 사드보복·통상임금·한미FTA·강성노조 외우내환 살얼음판
한국지엠 지켜준 내수까지 곤두박질…카젬 사장 ‘칼 빼나’
르노삼성, 신차 없이 판매절벽…박동훈 사장, 폭스바겐 덫에 걸렸나

박용환 기자 (yhpark@ebn.co.kr)

등록 : 2017-10-12 16:40

“해외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 판매가 반 토막 나고 미국에서도 실적이 쪼그라들고 있는데도 노조는 다른 회사 사람들 마냥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더 많은 요구를 하고 있다. 회사 내부에 상당한 위기감이 흘러나오고 있다. 동료들끼리 담배를 피우다보면 ‘이러다 구조조정이 단행되는 거 아냐’라는 속 깊은 불안감을 토로하는 이들도 있다.”

현대자동차 모 부장이 던진 말이다. 길지 않은 얘기였지만 현재의 회사 상황이 녹록치 않음을 직감할 수 있다.

국내 자동차업계의 위기라는 말이 최근들어 업계 종사자들의 입에서 자주 언급된다. 무엇보다 ‘중국 사드보복’에 따른 현대.기아차 중국 판매 급감이 첫 진원지가 됐다. 중국도 어려운 판국에 미국 판매도 쪼그라들었다. 여기에 기아자동차 통상임금 판결로 가뜩이나 여유롭지 않은 돈줄을 잡아챘다.

그리고 10월 추석연휴에 한미FTA 개정협상 착수 소식이 날아들었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내세운 미국 우선주의라는 명목하에 예상됐던 일이지만 한국 정부가 맥없이 미 정부의 요구에 무릎을 꿇다보니 대비할 틈도 없이 몰아치는 대형 허리케인이 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국내 생산물량의 절반가량을 미국으로 수출하고 있다. 현재 무관세로 수출되는 자동차에 2.5%의 관세가 부활할 경우 현대차와 가이차의 영업이익은 4.1%, 8.0% 각각 감소할 것이란 추정도 나오고 있다. 섣불리 개정 방향을 속단할 수는 없지만 미국 수출에 있어 난제가 또 하나 등장한 것만은 부인할 수 없다.

곳곳이 지뢰밭인데도 회사내 노조문제는 불확실성을 더욱 키우는 어려운 숙제거리다. 잇단 강성노조의 등장으로 임단협 또한 가시밭길이 예상되고 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확인했던 벤츠를 비롯한 폭스바겐, BMW, 아우디 등 세계 유수의 자동차업체들이 전기차, 자율주행차, 수소차 등 미래차 선점을 위해 본격적인 출사표를 던졌음에도 불구하고 현대.기아차는 대내외 악제에 발목을 잡힌 채 한발 떼기조차 힘겨운 모습이다.

한국지엠의 사정은 더욱 심각하다. 9월 실적이 나홀로 뒷걸음질 쳤다. 내수와 수출을 합쳐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해 10% 이상이나 감소했다. 급기야 티볼리와 G4렉스턴으로 판매를 늘린 쌍용차에 완성차 3위를 내주는 이변이 벌어졌다.

2조원가량의 적자와 해외 사업 철수에 따른 한국 사업장의 도미노 철수설로 곤혹을 치르고 있는 와중인데 한국지엠을 지켜줄 최후의 보루인 내수가 무너지고 있다. 카허 카젬 신임 사장이 천명한 ‘비용절감’이라는 칼자루에 힘이 실릴 수밖에 없다. 20% 가동률에 불과한 군산 공장 폐쇄를 비롯한 인력 구조조정이 한층 앞으로 다가온 듯한 분위기다. 이러한 형세인데도 노조가 잇속만 채우는 안을 내놓고 사측은 진전된 안이 없다고 강경한 입장을 보이며 임단협도 장기화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르노삼성자동차도 웃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상반기 SM6와 하반기 QM6가 성공적으로 출시돼 박동훈 사장의 어깨를 가볍게 했지만 올해들어서는 박 사장의 계획대로 풀리지 않고 있다. 하반기께 르노 본사로부터 들여오기로 한 클리오는 사실상 내년으로 미뤄졌다. 폭스바겐 사태에 따른 박 사장에 대한 본사의 신뢰 하락이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올해 신차가 없는 르노삼성은 올해 9월부터 QM6 효과가 사라지고 실적 절벽에 처했다.

현대.기아차를 비롯한 한국지엠과 르노삼성 등이 각자 처한 상황이 다르지만 어두운 터널 안으로 집입했다. 긴 터널이 될지 짧은 암중모색이 될지는 섣부르게 말할 수 없다. 대외적인 어려움 앞에 내부에서 분열하는 ‘적전분열’은 폐망의 지름길이다. ‘사면초가’와 같은 답답한 상황이지만 완성차 노사가 한마음으로 더 단단해지는 계기가 된다면 이 위기도 나쁜 것만은 아닐 텐 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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