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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업계, '중동산 H형강' 주의보…건축물 안전 위협

철강업계 "기껏 중국산 막았더니"...바레인산 10년 이내 처음
KS 및 JIS 미인증 제품들 초저가 국내 유입...각별한 주의 요구

박상효 기자 (s0565@ebn.co.kr)

등록 : 2017-10-19 14:29

최근 바레인산 H형강이 무분별하게 들어오면서 철강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중동산 H형강이 수입된 것은 최근 10여년 사이 처음이며 게다가 안전을 답보할 수 없는 미인증 제품이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이같은 부적합 제품들이 초저가에 국내 유입돼 건축물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저가 수입산 건설자재 또는 품질기준에 못 미치거나 확인되지 않은 경우가 많아 건설공사의 안전성과 품질을 위협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기 때문이다.

▲ 인천항에 쌓여있는 바레인산 H형강ⓒ제보사진

19일 철강업계의 제보에 따르면 바레인산 H형강이 9월말부터 갑자기 수입되고 있다. 현재까지 파악된 것으로만 지난 9월 30일 인천항을 통해 1만2496t이 첫 수입됐고 다음주 1만3000t이 추가로 들어올 예정이다.

수입가격은 t당(CFR) 498달러로 같은 기간 일본산(560달러), 중국산(570달러)보다 현저히 낮은 가격이다.

철강업계는 이후 11월 까지 약 4만t 규모가 수입될 것으로 보여 시장을 교란 시킬 우려가 크다고 지적하고 있다. 중동산 H형강 수입은 최근 10년 동안 처음이다.

제보에 따르면 현재 인천 북항 부두에 야적돼 있는 바레인산 H형강을 확인해 본 결과, 반드시 표기되어야 할 인증 마크(KS 또는 JIS 등)가 없는 미인증 제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에 수입된 바레인산 H형강은 이러한 안전을 검증할 수 있는 장치를 하나도 거치지 않은 제품이어서 원천적으로 건축용으로 절대 사용할 수 없다.

이에 철강업계는 "이 제품이 시중에 소규모로 분산돼 유통될 경우 그 판로와 용도를 확인할 수 없어 철강 유통업계는 물론 건축업계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면서도 "특히, 이번 중동산 미인증 H형강의 수입은 최근 철강업계가 수년간 벌여온 불법 불량 철강재 수입 근절을 위한 노력을 정면으로 비웃는 행태"라고 강조했다.

국내 H형강 시장은 약 2조원 규모로 현대제철과 동국제강이 각각 50%, 25%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국내 H형강의 생산능력은 617만2000t으로, 이중 현대제철과 동국제강의 생산능력은 각각 367만t, 130만t이다.

저가 중국산 H형강이 무분별로 수입되자, 지난 2015년 현대제철과 동국제강은 H형강 시장에서 중국산 제품을 상대로 반덤핑 이슈를 제기해 시장을 국내사끼리의 과점 상태로 지켜냈다.

중국산 H형강은 이미 2015년 7월부터 최대 33%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고, 연간 수입량을 58만t으로 제한해 놓고 있다. 중국의 진시스틸, 르자오스틸, 라이우스틸, 마안산스틸, 신타이스틸, 티엔싱스틸, 바오토우스틸 등 7개사가 합의를 통해 수출 쿼터제도를 도입했다.

이 때문에 중국산 수입량이 2014년 73만t에서 지난해 35만5천510t으로 반 토막이 난 상태다.

겨우 중국 업체들이 국내로 수출하는 H형강의 물량과 가격에 제한을 받으면서 상대적으로 가격 경쟁력이 높아진 국산 H형강 업체들이 최근 점유율이 높이면서 수익성이 좋아지고 있는 가운데 갑자기 중동산이라는 '날벼락'을 맞은 셈이다.

철강업계는 최근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건축물의 안전사고로부터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는 검증된 국내산 KS 철강재 사용부터 우선돼야 한다는 인식 아래 국내 철강 및 건설업계가 부적합 수입 철강재 근절에 앞장서고 있다.

앞서 지난 2014년 불법 미인증 중국산 H형강 수입을 무더기로 적발하고, 국민 안전을 위협하는 H형강, 철근 등 불량 철강의 감시를 강화해 왔다. 또한 건설업계는 물론 정부에서도 이러한 취지에 공감해 건설기술진흥법 등에서 주요 철강재의 안전 기준을 강화하고 있는 추세다.

H형강은 건축물의 기둥, 보 등 벽체에 들어가 눈에 보이지 않는 건축물의 뼈대를 이루는 철근제품에 인증받지 않는 저가 제품들이 마구 사용되면서 건물 붕괴의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

그만큼 H형강 등 철강재는 건축물의 안전과 직결되는 제품이란 것. 외국산 불량 철강재는 국내 철강업계는 물론 국민의 안전까지 위협한다는 점에서 개선이 시급하다.

불법 유통 철강재는 일반적인 강재보다 경도가 높아 구부리거나 지진 등에 의한 변형에 상대적으로 취약하고 용접 성능도 떨어진다. 또한 KS 제품과 혼용될 경우 서로 강도 및 경도가 달라 건축물의 안전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

그동안 건설공사 시 설계도상의 건설자재·부재보다 저품질이거나 미확인 품질의 제품이 사용되고 있다는 문제가 불거져 나왔다.

정부의 각 부처가 관련법에 따라 현장 점검과 적발을 하고 있지만 피해업체가 단독으로 위법행위를 적발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며 가해자에 대한 개별적인 법률 소송을 통한 손해 복구로 시장을 정상화하기에는 미흡한 점이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이에 따라 관련법과 시행령 등 제도 정비와 위반자 처벌을 강화하는 등 정부와 국회의 정책적인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품질이 확보된 수입 자재에 대해 사용을 억제하는 것이 아니라 건설자재의 원산지 정보를 최종 수요가인 건축주와 입주자, 건축물 매입자에게도 정확히 전달해 소비자 선택이 왜곡되지 않은 건전한 시장을 조성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 ⓒ제보사진
현행 건설기술진흥법 및 하부규정에 따르면 일정규모 이상의 공사에서 주요 건설자재·부재는 'KS제품' 또는 시험 실시 결과가 'KS 동등 수준'이거나 '해당 공사 시방서에 적합한 성능을 가진 제품' 등을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주요 건설자재·부재 중 건설용 강재는 철근, H형강, 두께 6mm 이상의 건설용 강판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KS보다 성능이 미달되는 부적합 철강재를 사용했을 시에는 공급자(생산 또는 수입·판매), 건설업자에게 2년 이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 벌금을 부과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건설자재·부재의 품질관리 여부는 현장에서는 감리 등을 통해 확인하고, 국토부에서도 정부차원에서 건설현장에 대한 점검 등을 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중소형 건설현장 등 상당수의 건설현장에서는 비(非) KS제품에 대해 실제 시험검사가 적합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특히 건설용 강재는 건설물의 뼈대를 이루는 구조용 자재로 사용되어 건설물의 안전과 매우 밀접하므로 그 품질관리가 매우 중요하고, 완공이 되고 나면 부실 여부확인이 용이치 않으므로 사전에 적합여부를 확인하는 조치 등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철강업계는 협회와 함께 지난 2015년 다양한 노력 끝에 제도 개선을 통해 1000㎡이상 공사에서도 상주 감리를 실시하도록 함으로써 건설자재·부재 품질관리 등 향후 건축물 안전확보와 저급 수입 철강재 사용 등 안전 저해요인을 최소화 했다.

또한 건설현장에서 사용되는 비 KS 건설용 강재 중 건설용 강판 등은 KS시험 기준과 같이 50t마다 1회 시험을 실시하나, 철근 등은 100t마다 1회 시험을 실시하도록 했던 것을 개정해 품목 구분을 두지 않고 50t 마다 1회로 통일, 혼선을 없애고 품질관리 수준을 한층 더 높였다.

이와 함께 H형강 등 철강재 수입·판매자, 건설업자 또는 주택건설등록업자에 KS인증 표시제품이나 국토교통부장관이 적합하다고 인정한 제품 사용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기존엔 건설업자, 주택건설등록업자 등에 품질확보 의무를 국한했으나 앞으로는 수입·판매자에게도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다.

철강업계는 품질이 확보된 수입자재에 대한 사용을 억제하자는 것이 아닌, 건설자재의 원산지 정보를 최종 수요가인 건축주 및 입주자, 건축물 매입자에게도 정확히 전달하자는 취지임을 적극 피력하고 있다.

또한 건설용 강재는 WTO 등 국제규약을 준수하며 운영하는 대외무역법상의 원산지표시 대상물품으로서 국제적 통상마찰을 야기할 우려도 적다는 입장이다.

철강업체 한 임원은 "건축물의 뼈대 역할을 하는 철근과 형강의 부적합 저가 수입 철강재가무분별하게 유통되면서 건축물 안전이 심각한 위험에 처해있다는 점에 주목해 개별 기업 차원이 아닌 사회적인 문제로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철강업계는 불법 철강재 유통과 사용에 적극적이고 단호하게 대응해 사회안전망을 강화하고 건전한 철강재 소비 문화를 정착시키는데 앞장서나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