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시간 : 2018년 01월 22일 14:36
EBN
EBN
페이스북 트위터 네이버뉴스스탠드
실시간 News

[박용환의 세상돋보기] 현대차.한국지엠 노사 '각자위정'의 늪

"수레꾼하고 전쟁은 관계가 없다"라며 적진 향한 양짐 태도 경계해야
현대차.한국지엠 노조, 회사 존립의 길로 차 몰아야

박용환 기자 (yhpark@ebn.co.kr)

등록 : 2017-12-15 16:40

춘추시대 초나라 장왕은 실력을 과시하기 위해 동맹국인 정나라에게 송나라를 치도록 했다. 송나라가 진나라와 서로 친하게 지내면서 초나라와 사이가 벌어진 탓이다.

정나라와 송나라간 전쟁이 벌어졌다. 결전을 하루 앞둔 날 송나라 화원은 병사들의 사기를 북돋기 위해 특별히 양고기를 준비해 병사들을 먹였다. 그런데 화원의 수레를 모는 양짐 만은 양고기를 먹지 않았다.

이유를 묻자 양짐은 “수레를 모는 사람에게까지 양고기를 줄 필요는 없습니다”라며 “수레꾼하고 전쟁은 관계가 없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이튿날 싸움이 시작됐다. 막상막하로 승패가 쉽사리 나지 않자 화원은 적군이 약점을 노출한 측면을 노리며 양짐에게 수레를 적군이 드문 오른쪽으로 돌리라고 명했다. 그런데 양짐은 명령과 반대로 수레를 몰았다.

당황한 화원이 방향을 바꾸라고 소리치자 양짐은 “어제저녁 양고기는 당신이 다스린 것이고, 오늘 이 일은 내가 다스린 것입니다”라고 말하고는 정나라 병사들쪽으로 힘을 다해 달렸다. 당연히 정나라가 대승을 거뒀다.

송나라 패전의 원인을 옛 사가는 각자 자기 생각대로 행동했던 점에서 찾았던 것 같다. 여기에서 유래된 사자성어가 각자위정(各自爲政)이다. 각자가 하는 행동이 옳다고 여긴다는 뜻이다. 결국 전체적인 조화를 생각하지 않고 각자 제멋대로 행동해 실패한다는 말이다.

현대자동차와 한국지엠의 노사간 임단협이 난항이다. 현대차 노조의 무리한 요구가 교섭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미국과 중국에서 판매 부진으로 판매 목표치 달성은 고사하고 지난해 판매치에도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는데도 지난해 수준의 임금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더 나아가 성과금 규모를 3300억원 이상 추가해 1조원 이상으로 맞추라고 사측을 압박하고 있다. 사회적인 통념과는 거리가 있는 만 65세 정년연장 요구는 철밥통 귀족노조라는 비난에 귀를 막고 있는 현대차 노조의 현주소다.

현대차 노조가 더 풍족한 삶을 살고자 파업을 벌이면서 협력업체들은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는 상황이다. 1차 협력업체 330여개는 그나마 버틸 수 있겠지만 현대차의 실적 악화에다가 노조의 파업으로 존립을 위협받고 있는 2.3차 협력업체 5000여사들은 노조에 파업을 자제해 달라는 것 말고는 딱히 하소연할 곳도 없는 형편이다. 노조 파업으로 현대차만 차량 4만3000여대, 8900억원 상당의 생산차질이 발생한 것으로 추산되는데 협력업체까지 따진다면 조 단위가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

한국지엠 노사도 임금 교섭에 난항을 겪고 있다. 2조원 규모의 적자와 판매 감소 등으로 사면초과에 처한 상황이다. 어쩌면 지금 한국지엠의 현 주소가 그동안 각 구성원들이 각자위정의 늪에 빠진 결과인지도 모를 일이다.

글로벌 GM은 한국지엠의 자원을 곶감 빼먹듯 했다는 의혹, 판매 노조와 생산노조 등은 자기 주머니부터 채우기 바빴다는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런저런 잘잘못을 떠나 지금 한국지엠을 살리기 위해 힘을 모아야할 때이지만 해법을 놓고 양측의 시선은 다르다. 철수하지 않는다는 확답을 바라는 노조 등에 카젬 사장은 “흑자전환”을 최우선 목표라고 거듭 강조하고 있다. 사측의 에퀴녹스의 수입.판매 방침에 노조는 생산을 요구하고 있다. 생산을 하기 위해서는 공정라인업 등에 2~3년이 걸리는 만큼 당장 쉽지 않은 결정으로 보인다. 매년 진행되는 노사 단협에서 이러한 단기적인 계획조차 협의되지 않았던 점은 잘 이해되지 않는다.

노사간 복잡한 셈법은 문제를 제대로 보지 못하게 해 해법을 흐리게 한다. 잘잘못을 따지거나 몇 푼 받고자하는 욕심에 ‘회사의 미래’라는 같은 방향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를 돌아봐야할 때가 아닌가 한다.

화원과 양짐이 왜 그토록 관계의 간극이 벌어졌는지 고서는 설명하고 있지 않아 행간을 이해하는 것이 쉽지 않지만 그렇기 때문에 패배의 원인을 군더더기 없이 더욱 분명하게 지적하고 있는 셈이다.

현대차의 어려운 상황을 두고 노조는 ‘무능한 경영자’ 탓이라고 책임을 돌리고 있다. 글로벌 경쟁업체들과의 전쟁의 와중에 자신들과는 상관없다는 노조의 태도에 “수레꾼하고 전쟁은 관계가 없습니다”라는 양짐의 말이 예사로 들리지 않는다. 스스로도 모르는 사이에 적군에게 수레를 몰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