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시간 : 2018년 04월 20일 10:44
EBN
EBN
페이스북 트위터 네이버뉴스스탠드
실시간 News

對美 무역흑자 200억불 붕괴…'한미FTA 개정협상' 기름 붓나

지난해 대미 무역흑자 179억불...FTA 발효 2012년 수준으로 회귀
정부 미국산 제품 수입확대 반면 국내 주요부품 수출 부진 겹쳐
美측 개방협상에서 車·농산물 인하공세...무역흑자 감소폭 키워

서병곤 기자 (sbg1219@ebn.co.kr)

등록 : 2018-01-10 18:25

▲ 미국으로의 수출을 앞두고 있는 한국산 자동차.ⓒ연합뉴스

[세종=서병곤 기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이후 매년 200억 달러 이상을 기록했던 대미 무역흑자액이 지난해 100억 달러대로 뚝 떨어졌다.

현재 양국 간 FTA 개정을 위한 협상이 진행 중인 가운데 미국 측의 무역적자 개선 요구사항 중 우리 정부가 일부라도 수용할 경우 대미 무역흑자 감소세가 확대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0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대미 무역수지(수출액-수입액)는 179억7000만 달러 흑자로 전년도보다 흑자액이 52억8000만 달러(15.5%) 줄었다.

작년 대미 무역흑자액은 한미 FTA가 발효된 2012년 151억8000만 달러 수준으로 회귀한 것이다.

그동안 대미 무역흑자액은 한미 FTA 발효 이후 2013년 205억4000억 달러, 2014년 250억 달러, 2015년 258억1000만 달러, 2016년 232억5000만 달러로 매년 200억 달러 이상을 기록해왔다.

이처럼 지난해 대미 무역흑자액이 대폭 줄어든 것은 작년 1월 미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으로 수면 위로 떠오른 한미 FTA 재협상 우려와 한국 환율조작국 지정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정부의 대미수입 확대 전략이 크게 영향을 미쳤다.

당시 우리 정부는 미 신정부 출범에 발맞춰 미국산 LNG, 석탄, 반도체 제조용장비, 자동차, 항공기 및 부품 등의 수입 확대 방침을 세우고 우리 기업들에게 수입을 독려해 왔다.

그 결과 지난해 우리나라의 대미 수입액(5064억 달러)은 전년보다 17.2% 급증했다.

여기에 한국의 주요 품목 대미 수출 부진도 한몫했다. 지난해 대미 수출액(6860억 달러)은 전년대비 3.2% 늘었지만 상위 품목인 자동차(142억 달러, 작년 1월~12월 20일)와 자동차 부품 수출액(55억 달러, 작년 1월~12월 20일)은 각각 3.9%, 15.5% 급감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 5일(현시시간) 미국 워싱턴 D.C.에서 한미 FTA 1차 개정협상이 진행됐다.

한미 FTA 발효 이후 자국의 대한 무역적자가 확대됐다며 FTA 개정협상을 요구해온 미국 정부는 예상대로 양국 간 무역불균형 해소를 위한 요구 사항을 한국 측에 제기했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미국 측이 자동차 분야(자동차·자동차 부품)에 대해 집중 거론한 것으로 전해진다.

참고로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은 우리나라 대미 수출 1, 2위 품목으로 미국의 대한 무역적자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이중 자동차의 경우 미국의 대한 무역적자액이 2016년 기준 142억 달러로 전체 무역적자액(276억 달러, 미국 기준)의 52%에 이른다. 바꿔 말하면 우리나라가 자동차로 절반 넘게 무역흑자를 내고 있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미국 정부는 비관세 장벽으로 여기는 우리나라의 자동차 규제 해소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 FTA는 한국의 안전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자동차라도 미국의 안전기준을 충족하는 경우라면 업체당 2만5000대까지 수입할 수 있도록 쿼터(할당)가 설정됐다. 미국 자동차 업계는 이 쿼터를 없애거나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을 미국 정부에 강력히 요구해왔다.

한국의 자동차 수력 이력 고지와 배출가스 기준도 그동안 미 무역대표부(USTR)가 불만을 제기해온 사항이다. 이와 함께 미국이 한국산 트럭에 대한 관세 연장을 주장했을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우리 측에서는 한미 FTA의 대표적인 독소조항으로 꼽히는 투자자-국가분재해결제도(ISDC) 개선, 무역구제 등을 관심 분야로 제기하고, 농축산물 등 민감 분야에 대한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1차 협상은 양국 간 탐색전의 성격이 짙은 만큼 앞으로 열리는 2차 협상에서 본격적인 샅바싸움이 전개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특히 미국 측에서 자국의 무역적자 폭을 키우고 있는 자동차 등 우리나라 주요 수출 품목에 대한 관세 인하·철폐 재조정과 양국 간 무역균형을 위한 쌀 등 농산물 시장 추가 개방도 요구할 가능성이 현재로선 높은 상황이다.

산업계에서는 작년에 대폭 감소한 대미무역 흑자가 한미 FTA 개정협상으로 인해 더 줄어들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산 자동차 수출 부진 등 현재 대미 수출 기조를 볼 때 우리 정부가 미국의 개정 요구사항 중 일부라도 수용하더라도 대미흑자액 감소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만약 이렇게 되면 양국 간 서비스 교역과 투자 부문에서 미국보다 손해를 보고 있는 우리나라로서는 뼈아플 수밖에 없다.

2011년 109억 달러였던 한국의 대미 서비스 적자액은 2012년 124억 달러, 2013·2014년 110억 달러, 2015년 140억 달러, 2016년 143억 달러를 기록했다. 이와 함께 2012~2016년까지 우리나라의 대미 투자액(370억 달러)은 미국의 대한 투자액(202억 달러)보다 168억 달러 더 많다.

산업계 한 관계자는 "우리 정부의 요구사항인 ISDS 개선을 이끌어 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지만 솔직히 대미 수출을 증대할 수 있는 실질적인 요인으로 볼 수 없다"며 "그렇다면 현재 대미 수출을 위협하고 있는 미국의 통상압박을 해소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에 초점을 맞춰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또한 미국 측 요구사항에 상응하는 법률, 여행 등 서비스 부문 적자개선과 대한 투자 확대를 집중적으로 요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대미 수출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우리 수출업계의 노력도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심혜정 국제무역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자동차 및 자동차부품 수출부진이 대미 수출의 어려움을 키우고 있는데 우리 자동차 업계로서는 미국 수입시장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경쟁력 강화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