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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팩트' 없는 미국 반덤핑 제재

황준익 기자 (plusik@ebn.co.kr)

등록 : 2018-01-12 16:41

"AFA 적용에는 팩트가 없어요."

철강업계 관계자는 미국 상무부가 한국산 철강재에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면서 '불리한가용정보(AFA)'를 적용하는 것을 두고 이같이 토로했다.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로 우리나라 대(對)미 수출에 빨간불이 켜진 가운데 철강업계도 통상압박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철강에 대한 제재는 타업종에 비해 심각하다. 미국이 반덤핑 등 수입규제 중인 한국산 제품 31건 중 20건이 철강·금속제품이다. 미국 수출이 대부분인 유정용강관·송유관에 대한 압박은 점점 거세지고 있다.

미국이 한국산 철강재에 반덤핑 관세를 부과할 때 드는 근거는 정부 보조금이다.

미국 철강업계는 한국 철강사들이 값싼 산업용 전기요금으로 보조금 혜택을 받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를 통해 미국시장에 원가 이하 가격에 덤핑 수출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보조금과 관련된 자료 제공이 불성실해 AFA를 적용, 관세폭탄을 내리고 있는 상황이다. AFA는 정부의 요구하는 자료를 충분하게 제출하지 않으면 피소업체에 최대한 불리하게 반덤핑·상계관세를 부과하는 규제다.

하지만 이는 상무부가 주관적으로 판단한다. 업체가 성실대응을 할 수 없게 기회를 제공하지 않을 수도 있다.

업계에서는 "AFA 적용은 실질적인 사항이 아니다", "타깃이 있는 것 같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만큼 보복의 성격이 강하다는 얘기다.

한 철강업체 관계자는 "자료도 충실히 제공했고 대응했지만 높은 관세를 맞았다"며 "배경 파악도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최근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 AFA 적용에 제동이 걸리고 있는 점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지난달 미국 국제무역법원(CIT)은 세아제강 등 '한국 철강사의 전기료 특혜 여부에 따른 불리한가용정보(AFA)적용'과 관련된 소송에서 한국 산업용 전기료가 특혜가 아니라고 판결했다.

현대제철 역시 부식방지 표면처리 강판에 부과한 반덤핑 관세가 부당하다며 상무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도 CIT는 관세율을 다시 산정하라고 명령했다. 상무부가 AFA를 적용하면서 높은 관세율이 부과됐었다. 보복성이 강했던 미국의 압박 속에서 긍정적인 신호다.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는 등 적극 대응을 통해 우리에게 유리한 판정을 이끌어 낸 것은 고무적이다. 다만 CIT에 소송하면 판결까지 평균 2년 정도 걸린다. 정부의 도움이 절실한 상황이다.

철강업계에는 통상압박이란 불이 발등에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상무부가 요구하는 자료 준비를 철저히 하고 답변에 대한 오류를 줄일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을 강조한다.

더 이상 AFA 적용으로 우리나라 업체들이 부당한 판정을 받지 않도록 산업통상자원부는 물론 한국철강협회도 하루 빨리 CIT 절차, 연례재심 등에 적극 대응해 반덤핑 마진율을 낮추는데 주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