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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트럼프, 다음주 '철강 관세폭탄' 버튼 누른다

최악 시나리오 피해...철강업계 "수출 타격 불가피, 강관업계 피해"
산업부 "아직 최종 결정 아냐...일단 아웃리치 활동 적극 추진"

박상효 기자 (s0565@ebn.co.kr)

등록 : 2018-03-02 16:36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세탁기·태양광에 이어 철강에도 무역 제재조치에 나선다. 연일 통상 문제로 한국을 총체적으로 압박하고 있는 것.

트럼프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자국 철강업계 최고경영자(CEO)들이 참석한 가운데 가진 간담회에서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수입산 철강에 25%, 알루미늄에 10%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번 조치에 대한 최종 결정은 이르면 다음주 중 미 대통령의 서명으로 확정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수입 철강 관세부과 방침과 관련, 모든 수출국에 일률적으로 25%를 부과할지, 아니면 일부 국가를 제외할지에 대해선 명확히 언급하지 않았다.

◇ '최악 시니리오' 피했지만 수출 타격 불가피

앞서 상무부는 지난 16일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트럼프 대통령에게 수입산 철강 및 알루미늄에 대한 초고율 관세 적용 등 세 가지 제안을 담은 보고서를 제출했다.

철강의 경우 △모든 국가에 일률적으로 24%의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 △브라질·중국·코스타리카·이집트·인도·말레이시아·한국·러시아·남아공·태국·터키·베트남 등 12개 국가에 대해 53%의 관세를 적용하는 방안 △국가별 대(對)미 수출액을 지난해의 63%로 제한하는 방안이 담겼다.

상무부 발표 이후 정부와 철강업계는 한국, 중국 등 12개 국가에만 53% 선별 관세를 매기는 것을 가장 최악으로 여겼다. 12개국에 한국은 포함됐지만 일본, 대만, 유럽연합(EU) 등 주요 경쟁국은 빠졌기 때문이다.

철강업계는 "예상보다 고강도 조치"라며 "12개국 53% 관세 적용 시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우려해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모든 국가에 일괄적으로 '철강 25% 관세' 부과를 밝힘에 따라 최악의 경우인 '한국이 포함된 12개국 관세 53% 부과' 제재는 일단 피했다. 모든 국가의 관세가 똑같이 오르기 때문에 가격경쟁력은 변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철강업계는 반덤핑 상계관세에 더한 추가 관세로 수출에 상당한 타격이 우려된다.

한 철강업체 관계자는 "쿼터제가 권고안 중 (그나마) 가장 나은 선택지"라면서도 "25% 추가관세 부과도 굉장히 높은 수준으로 부담은 여전하다"고 말했다.

이재원 KB증권 연구원은 "미국으로의 수출제품은 이미 줄어들거나 없어지고 있어 피해가 제한되고 기업별로 미국 현지 생산체제를 구축하고 있어 무역관세도 피할 수 있다"며 "현재 철강산업 자체의 위기라고 볼 수 있는 부분은 적다"고 분석했다.

무역관세 부과가 미국으로 수출하는 전방산업에서 가격경쟁력 약화를 초래해 철강기업의 판매량 감소로 파급될 때까지는 크게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철강업계는 줄어든 대미 수출량 만큼 내수 및 동남아 물량 증가를 우려하고 있다. 이번 미국 규제가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유럽, 중국, 남미 등 다양한 국가를 대상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타 국가로 수출 전략이 수정될 경우 경쟁심화는 물론 해당국가의 무역제재도 경계해야 한다.

아울러 미국은 이미 한국산 철강재 중 80%가량에 반덤핑·상계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이는 한국을 대상으로 한 수입규제 국가 중 최대 규모로 미국은 총 40건의 수입규제(반덤핑 30건, 상계관세, 8건, 세이프가드 2건)를 진행 또는 조사하고 있다. 이중 가장 많은 품목이 철강·금속제품으로 총 28건에 이른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대미 수출량이 줄어드는 건 그동안의 무역규제 때문"이라며 "국내 철강 수급 변화 및 타 국가의 수입규제를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4월 11일 전까지 수입 철강제품에 대한 규제 여부와 구체적인 사항을 결정해야 한다. 해당 규제는 결정 후 15일이 되는 시점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 한국, 대미 철강 수출 3위…강관업계 "상당한 피해, 사업기반 악화"

산업부에 따르면 한국산 철강이 미국 수입시장에서 3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특히 한국산 대미 수출 철강제품 중에서는 강관이 절반이 넘어 국내 강관 산업이 상당한 피해를 볼 것으로 전망된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인용한 미국 상무부와 한국 관세청 통계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해 캐나다에서 가장 많은 567만6000t의 철강제품을 수입했다.

브라질이 466만5000t으로 2위를 차지했고, 한국은 340만1000t으로 뒤를 이었다. 한국산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9.9%였다.

최근 몇 년간 반덤핑 관세 등을 통해 집중적으로 수입 규제 조치를 당한 중국산은 74만t으로 11위에 그쳤다.

미국은 조강 생산 세계 4위의 '철강 대국'이지만 철강 사용량이 더 많아 세계 1위의 철강 수입국이다. 지난해 총 수입량은 3천447만3천t(291억3천800만달러)으로 전년보다 15.1% 증가했다.

한국의 대미 철강 수출을 품목별로 살펴보면 강관이 지난해 16억3천400만달러(198만8000t)로 전체 50.1%를 차지했다. 물량 비중은 56.1%에 달했다. 강관의 지난해 수출액과 수출량은 각각 전년보다 127.6%, 72.1% 증가했다.

반면 2016년부터 '관세 폭탄'을 맞은 열연강판과 냉연강판의 수출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지난해 대미 철강 수출 물량은 354만3000t으로 최고 비중을 기록했던 2014년 571만1000t보다 약 38% 감소했다.

국내 철강사의 미국 수출 비중도 2014년 17.7%를 기록한 뒤 지난해 11.2%까지 떨어졌다. 2014년부터 이미 강판과 강관 등 주요 제품에 관세가 적용되면서 대미 수출량을 줄였다.

한신평은 "보고서에서 제안하고 있는 수입규제는 권고사항으로 반드시 따라야 할 의무가 없기 때문에 최종 내용은 이와 달라질 수 있다"며 "미국의 보호무역 기조를 감안할 때 권고안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조치가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대미 수출의존도가 높은 강관업체들의 사업기반 약화가 우려된다"고 강조했다.

미국이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 역시 판재류의 경우 지난해 기준 4.8%에 불과하지만 강관은 65.4%다. 유정용강관의 경우 전체 수출량의 99%를 미국이 차지하고 있어 미국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은 상황이다.

전지훈 한신평 연구원 "수입규제가 현실화될 경우 특히 강관업체의 사업기반 및 수익성 약화가 두드러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며 "강관의 소재가 되고 있는 열연의 내수판매 또한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 ⓒ한국신용평가
한신평은 포스코, 현대제철, 세아베스틸 등은 전체 매출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아 이번 규제가 현실화되더라도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했다. 실제 지난해 3분기 기준 포스코의 북미지역 매출비중은 3%, 현대제철 4%(미주), 세아베스틸 5%(미주)에 그친다.

반면 강관이 주력제품인 세아제강의 경우 전체 매출에서 미국의 비중이 20% 이상을 차지한다.

한신평은 "최근 미국의 관세율 조정으로 가격경쟁력이 향상됨에 따라 유정용강관을 중심으로 수출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번 규제가 적용될 경우 매출 및 수익성에 부정적인 영향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세아제강은 2016년 중 미국 휴스턴에 소재한 강관공장 2곳(연산 15만t)을 인수한 데 이어 베트남 공장의 증설을 진행 중이다.

전 연구원은 "해외 생산을 통해 기존의 수출물량을 대체하기까지는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한신평은 이번 미국의 규제 자체보다는 파급효과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수출물량의 전환으로 역내 철강수급이 악화될 수 있다. 한국 외 유럽, 중국, 남미 등 다양한 국가를 대상으로 하고 있어 물량이 국내나 중국, 동남아 등지로 공급됨에 따라 해당 시장에서 경쟁강도가 심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또 철강 수입규제가 타 국가로 확산될 수 있다. 상무부 보고서 내용에 대해 중국 등이 보복을 천명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신평은 "이 같은 규제의 파급효과는 내수시장에서의 공급과잉으로 수출을 확대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는 국내업체의 수익성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 산업부 "업계 피해 최소화 위해 아웃리치(외부접촉) 활동 최선"

산업부는 실무회의를 열고 "아직 최종 결정이 나지 않은 만큼 업계 피해 최소화를 위해 아웃리치(외부접촉) 활동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날 아침 백운규 장관 주재로 통상차관보, 산업혁신성장실장, 소재부품산업정책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내부 대책회의를 열고,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25% 관세 부과시 우리 철강수출 등에 대한 영향 및 대책을 논의했다.

다만, 아직 미국 정부의 방침이 공식적으로 나온 게 아닌 만큼 최종 발표가 나올 때까지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면서 관련 산업 피해를 최소화할 방안을 모색해 나가기로 했다.

지난달 25일부터 방미중에 있는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의장, 상무부 장관 및 의회 주요 인사 등을 접촉해 무역확장법 232조 조치의 문제점을 적극 전달하고 미국을 설득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우리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이 채택되도록 미측에 강력히 요청한 바 있으며, 미국 정부의 최종 결정전까지 대미 아웃리치 활동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강성천 산업부 통상차관보는 최근 기자 간담회에서 "미국이 우리나라를 포함한 12개 국가의 철강수출에만 선별적으로 높은 관세를 부과할 경우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WTO 제소는 결과가 나올 때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는데다 미국이 받아들지 않으면 사실상 강제 수단이 없다는 단점이 있다. 아웃리치도 실제 미국 당국의 여론을 바꾸는데에는 한계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