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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 美수출 '초비상'…쿼터 소급적용 파장

美 1월 1일부터 소급 적용키로…9개 제품 할당량 채워
유정용 강관도 쿼터량 절반 소진…반덤핑 관세는 향후 변수

박상효 기자 (s0565@ebn.co.kr)
황준익 기자 (plusik@ebn.co.kr)

등록 : 2018-05-04 15:53

미국이 우리나라가 관세 대신 수용한 쿼터(수입할당량)를 올해 1월 1일부터 소급하기로 하면서 철강업계의 대(對)미 수출에 빨간불이 켜졌다.

미국에 수출하는 철강 품목 중 일부는 쿼터가 이미 소진돼 올해 추가 수출이 불가능할 정도이다. 특히 대미 수출 비중이 99%인 유정용강관의 경우 이미 쿼터의 절반 가량을 소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4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미국 세관국경보호국(CBP)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확장법 232조’ 포고문을 이행하기 위한 세부 통관절차를 최근 공지했다. CBP는 54개 철강 품목별로 쿼터 수량을 명시하고, 올해 쿼터를 채운 품목은 더 이상 수입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9개 품목 이미 쿼터 소진...추가 수출 불가능

한국 업체의 추가 수출이 불가능해진 품목은 54개 품목 중 9개다. 구체적으로는 파일용 강관의 수출 규모가 이미 쿼터량 4807t을 넘어섰다.

또 방향성 전기강판(7505t), 스테인리스 냉연(1649t), 스테인리스 주단강 잉곳(215t), 스테인리스 평철 선재 및 비정형제품(3만2914t), 봉형강류중 앵글과 섹션 일부 제품(1150t), 공구강(849t) 등도 올해 수출 쿼터를 이미 채웠다.

일반강 평철, 열간압연제품 2개 품목은 2015~17년 대미 수출실적이 없어 미국으로부터 아예 쿼터를 받지 못했다.

미국이 한국에 배정된 연간 쿼터는 2015∼17년 대미 평균 수출량 383만t의 70%인 268만t이다. 9개 품목의 연간 쿼터 물량은 4만9000t으로, 전체 쿼터의 1.9%에 해당한다.

이처럼 쿼터가 이미 소진된 이유는 당초 국내 철강업체들은 지난 5월 1일부터 쿼터가 적용될 것으로 예상하고 상반기에 많은 물량을 미국으로 수출했기 때문이다.

앞서 미국 정부는 지난 1일 한국산 철강 제품에 관세 25% 부과를 하지 않기로 확정하면서 대신 수입 물량 제한 조치를 취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가 쿼터 제한을 올해 1월 1일부터 소급 적용키로 하면서 문제가 발생한 것.

현재 국내 철강업체들은 품목별로 분기별 쿼터를 재할당하는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미국 세관국경보호국은 연간 쿼터 외에 특정 분기별로도 연간 쿼터의 30%를 초과하는 철강을 수입할 수 없도록 하고 있어 업체별 분기별 쿼터를 다시 분배해야 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국내 철강업체가 이미 선적한 물량이 문제가 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아직 국내 철강업체 간 쿼터 배분기준을 확정하지 못한 상황에서 혼란이 커질 수 있다.

한 기업이 2분기에 분기별 품목 쿼터를 소진할 경우 같은 품목을 수출하는 다른 기업은 연간 쿼터가 남아있더라도 다음 분기까지 기다려야 한다. 반대로 특정 분기에 수요가 없어 소진하지 못한 쿼터를 다음 분기로 이월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산업부는 이런 문제 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미국과 세부 쿼터 이행 방안을 협의 중이다.


▲최대 수출 품목 유정용 강관도 이미 쿼터 절반 소진

대미 수출 비중이 가장 높은 강관업체들은 이미 쿼터 절반을 소진, 하반기 수출에 제동이 걸렸다. 강관류 쿼터인 104만t 중 유정용강관과 송유관의 쿼터만 약 90만t에 이른다.

특히 유정용 강관은 미국으로부터의 반덤핑 관세로 수출이 감소했지만 이미 쿼터의 절반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지난 1~3월 유정용강관 대미 수출량은 18만777t으로 전년동기 대비 19.3% 감소했다.

쿼터제에 따라 한국산 철강재의 대미 수출량은 2015~17년 평균 수출량인 383만t의 70%에 해당하는 268만t으로 제한받는다. 2015~17년 강관류의 평균 수출량은 149만t으로 70% 쿼터가 적용되면 104만t까지 수출할 수 있다.

유정용 강관의 평균 수출량은 66만3766t으로 전체 품목 중 열연강판(78만2591t) 다음으로 대미 수출량이 많다. 쿼터 적용 시 46만4636t까지 수출할 수 있다. 만약 지난달 유정용강관 대미 수출량이 6만t 수준을 기록하면 1~4월 총 대미 수출량은 24만t으로 유정용강관 쿼터의 절반인 23만t을 웃돌게 된다.

강관업계는 지난해 보다 수요산업 업황이 좋아 수출량이 늘고 있는 만큼 4월 수출량 6만t은 무난하게 넘길 것으로 전망한다.

송유관 역시 1~3월 대미 수출량이 15만1284t으로 전년동기 대비 38.6% 늘었다. 송유관 쿼터는 43만4475t이다. 4월 수출량까지 집계되면 쿼터 절반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쿼터에 대한 불확실성이 계속되면서 철강업계는 대미 수출량을 늘려왔다. 쿼터제 발효일인 5월 1일 전까지 물량을 밀어낸 것이다.

강관업체 관계자는 "내수와 수출 비중의 균형이 맞춰져 있는 대형업체들을 제외하고 수출비중이 높은 중소업체들은 타격이 불가피하다"며 "제품 포트폴리오도 다양하지 못해 수출 유연성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유정용 강관의 경우 미국 상무부는 2차연도(2015~16년) 반덤핑 연례재심 최종판정에서 넥스틸에 75.81%, 세아제강 등 기타업체에 6.75%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했다.

대미 수출액이 매출액에서 70% 이상을 차지하는 넥스틸이 주력 품목인 유정용강관 대신 송유관 및 일반강관(Standard Pipe) 생산에 집중하고 있는 이유다. 넥스틸은 사실상 미국 수출이 어려워진 만큼 유정용강관 쿼터를 배분받더라도 채우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이에 일각에서는 쿼터를 소화하지 못한 업체의 물량만큼 타사가 수출하는 '오픈쿼터'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업체에게 품목별로 물량을 정해준 이후 쿼터를 채울 수 있는 품목과 없는 품목이 업체마다 다르기 때문에 서로 상황에 맞게 바꿀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쿼터 이행과 관련해 어떤 것도 정해진 게 없어 답답하다"며 "수출 전략 마련을 위해 반덤핑 관세를 비롯해 쿼터에 대한 불안감이 해소될 수 있도록 정부와 철강협회가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직 국내 철강업체 간 쿼터 배분기준을 확정하지 못한 상황에서 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

특히 쿼터와 별개로 개별 업체들이 받고 있는 반덤핑 관세는 향후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