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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52시간 근로③] 탄력근무제 여전히 안갯속

주말 없던 노동자 '저녁있는삶,워라밸' 누려 긍정 효과
건설·물류·유통 인건비 상승 우려, "제도 유연성 필요" 목소리

윤병효 기자 (ybh4016@ebn.co.kr)

등록 : 2018-06-14 18:09

오는 7월1일부터 주당 근로시간 52시간 시대가 새롭게 열린다. 근로시간 단축 시행을 두고 재계도 '워라밸' 측면에서 대체적으로 환영한다는 분위기다. 하지만 우려섞인 시선으로 해법 찾기에 분주한 기업도 많기에, 고용노동부 '노동시간 가이드'의 바로미터 역할이 그 어느 때 보다 중요하다. EBN은 근로시간 단축 시행을 앞두고 각 분야의 기업 및 노동자들의 삶과 근무환경의 변화를 미리 짚어본다. [편집자주]

근로시주 주 52시간제 적용으로 그동안 장시간 노동에 시달렸던 노동자의 삶은 한결 여유로워 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산업계 입장에서는 비상이다. 당장 인건비 증가는 필연적이고, 공사기간 증가 및 관리 부실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노동집약업종의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건설업은 노동시간단축으로 총비용이 4%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물류업은 1년 유예 대상이지만, 인력을 대거 충원해야 돼 벌써부터 걱정이 크다. 유통업은 점포 마감시간을 앞당기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식품 및 프랜차이즈업계는 집중근무 및 인력 추가 고용 등으로 대처하고 있다.

▲ 국내 건설업체의 해외 건설현장.

◆건설업계 "일단 시행"…하지만 부실시공 및 안전사고 이어질까 우려

건설업계는 GS건설이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을 한 달여 앞두고 선제적으로 전 사업장에 일괄적용하면서 타 건설사들도 뒤를 따르는 모습이다.

GS건설은 지난 4일 본사 기준 주 40시간(하루 8시간 주 5일), 현장 기준 주 48시간(하루 8시간 주 6일, 격주제 운영)의 근로시간 단축안 및 탄력적 근로시간제와 시차출퇴근제 등의 유연근무제를 골자로 한 방안을 발표하고 5일부터 적용에 들어갔다.

삼성물산·현대건설·대우건설·대림산업·롯데건설·SK건설 등 근로자 300인 이상 업체들도 비슷한 내용의 가이드라인을 확정하고 대내외 공표 시기를 가늠 중이다.

이번 주52시간제 도입으로 그동안 평일 야근은 물론 주말까지 일해야 했던 현장관리직들은 '저녁이 있는 삶' '워라벨(일과 휴식의 균형)'을 찾을 수 있게 됐다.

청와대 청원게시판에도 '건설현장직의 근무시간을 줄여달라'는 게시물이 꾸준하게 올라오고 있다.

반면 건설업체 입장에서는 부정적 영향이 우려되고 있다.

우선 건설업은 특정기간 안에 공사를 마쳐야 하고, 우기·혹서기·혹한기 등의 계절적 영향도 받기 때문에 집중 근무가 일반적으로 이뤄지는 곳이다. 이러한 환경에 대한 예외 없이 무조건 주52시간을 지켜야 하기 때문에 상당한 현실적 어려움이 예상된다.

원청과 도급업체간 엇박자도 문제다. 대부분의 원청은 주52시간제 대상이 되는 반면, 많은 도급업체들은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근무시간이 어긋나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

결국 건설사들은 인력 추가 고용 및 공사기간 증가 등으로 상당한 비용 발생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현장의 경우 어느 정도 이해를 구할 수 있다 하지만, 해외현장은 계약을 어기면 패널티가 발생하기 때문에 더욱 어려움이 예상된다.

최근 건설산업연구원이 발간한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에 따른 건설정책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52시간 근로제로 건설현장의 총공사비는 평균 4.3% 증가, 일부 현장은 최대 14.5%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정부 측은 근로시간 단축 시행 이후 문제점이 발견되면 업계 의견을 반영해 개선해 나가겠다는 방침일 뿐, 그 이상의 상세 가이드라인은 제시하지 않고 있다. 지난 11일 추가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기는 했으나 막상 건설업계에서 원하는 사업장별 재량근로제 및 탄력근로시간제 등 유연근무제 적용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해외사업만 해도 발주처와 사전협의할 시간도 없이 근로시간 단축이 바로 적용되면 공기 증가 및 계약 불이행으로 이어져 금전적 불이익은 물론 장기적 해외부문 손실이 불가피 하다"라며 "부동산 규제로 국내사업이 어렵고 해외로 눈 돌리는 상황에 엎친 데 덮친 격"이라고 토로했다.

▲ ⓒCJ대한통운

◆물류업계, 1년 유예에 '안도'…노동집약 택배업 벌써 '한숨'

물류분야는 이번 주52시간제 대상에서 1년간 유예를 적용 받아 당장의 영향은 없다. 하지만 택배업의 경우 많은 인력이 투입되고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있어 벌써부터 준비에 들어가는 모습이다.

대한항공은 이미 주 52시간 이하의 근무를 실시하고 있다. 이는 공항 현장직은 물론 사무직 근로자에도 적용되고 있다.

현대상선은 해상직원(선원)의 경우 별도의 선원법을 적용받고 있어 주52시간제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하지만 육상직원은 대상이 되기 때문에 이에 대한 준비를 하고 있다.

항공, 해운업종과 달리 노동집약적인 택배업종은 주52시간제 영향을 워낙 크게 받기 때문에 벌써부터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고 있다.

현재 택배업은 고질적인 인력 부족으로 기사들의 주 6일 근무가 불가피한 구조다. 이런 상황에서 근로 시간이 단축되면 일단 기사들은 좀 더 휴식을 취할 수 있다.

전국택배연대노조는 "지난해 잇따른 과로사가 문제가 된 우체국 집배원 보다 주당 18시간 더 일하고도 택배 노동자는 근로기준법을 적용 받지 못하는 특수고용노동자라는 이유로 아무런 혜택을 받을 수 없어 서글프다"고 대책 마련을 호소했다.

반면 택배업체 입장에서는 추가 인력 투입으로 인한 인건비 상승, 자동화 설비 구축으로 인한 투자비 증가 등으로 물류비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근로시간 단축 시행 취지는 좋지만, 최근 최저임금 인상 압박에 근로시간 단축까지 시행되면 예상치 못한 인건비 부담을 떠안게 될까 우려되는 것이 사실"이라며 "정책 시행의 속도 조절을 하지 않으면 폐업과 일자리 감소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업체들은 인력 감소 문제를 메우기 위해 각종 자동화 설비 구축을 위한 투자를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설비 무인화에 가속도를 붙여 결국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를 낳고 있다.

비정규직이 대거 양산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업체로서는 정규직 기사들이 소화하지 못한 물량을 비정규직 기사에게 떠넘길 수 있다. 이는 비정규직 기사들의 업무 가중으로 이어져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둘러싼 차별 문제로 비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 ⓒ이마트

◆신세계 선두로 유통업계 준비 완료, 프랜차이즈 추가 고용 불가피

유통업계는 신세계그룹을 필두로 일찍부터 대비책을 마련했다. 본사에서는 집중근무 및 PC온오프제로 일의 생산성을 높이고 있다. 대형마트 등 대부분의 매장에서는 마감시간을 앞당기는 조치를 취했다.

신세계그룹은 올 1월부터 주 35시간으로 근로시간을 단축했다. 이에 따라 24시까지 영업하던 이마트 점포는 23시까지 한시간 영업시간을 단축했고, 신세계백화점도 일부 점포의 영업 개시시간을 30분 늦췄다.

이마트는 지난 3월부터 본사 유연근무제를 추가로 도입했다. 해외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나 업무 집중 시기가 명확한 재무부서 등 업무 특성상 제도 적용에 어려움이 있는 부서를 고려한 것이다.

8-to4, 10-to-6의 시차출근제와 주 35시간 초과근로가 예상될 경우 1개월이내 평균으로 일 7시간, 주 35시간 근로시간 유지범위에서 근로시간을 초과 및 단축할 수 있는 ±35시간 근무제도 추가로 도입했다.

롯데백화점은 스마트워크를 위해 PC가 오전 8시40분에 켜지고 오후 6시40분에 꺼지는 PC 온오프제(PC ON-OFF)를 운영 중이다. 가족사랑데이로 지정된 수·금요일에는 자동으로 지정된 퇴근 시간 30분 전에 꺼진다. 롯데마트는 이달 1일부터 123개 전점 폐점 시간을 밤 12시에서 11시로 한시간 단축했다.

현대백화점은 지난 5월부터 근무시간 단축을 시범 운영하고 있다. 백화점 전 점포를 대상으로 기존 오후 8시인 점포 직원의 퇴근 시간도 7시30분으로 앞당겼다. 당직근무 직원만 남아 8시까지 근무하게 되는 시스템이다. 또 현대백화점과 현대홈쇼핑 직원들은 8시에 켜져서 6시에 꺼지는 PC오프제도 시행 중이다.

현대시티아울렛 동대문점의 경우 올해 4월부터 영업시간을 30분 단축했다. 당초 오전 11시부터 오후 11시까지 운영해 왔지만 폐점시간을 오후 10시30분으로 앞당겼다.

대기업 프랜차이즈업체는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SPC그룹은 파리바게뜨 제빵사 5300여명을 고용하고 있는 해피파트너즈를 자회사로 두고 있다.

SPC그룹 관계자는 "주52시간제 영향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며 "우선 집중근로로 최대한 생산효율성을 높이고, 인력 추가 고용 등으로 정책 이행에 문제가 없도록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대기업 프랜차이즈는 "인력 추가 고용 방안 등 아직 대책을 마련 중에 있다"며 "지금도 수익이 많지 않아 쉽지는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