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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이어 EU도 '철강 관세'…한국 수출 '적신호''

미국에서 시작된 철강 보호무역주의, 세계 각국으로 확대
한국, 수출길 막혀...美 쿼터 수용 대신 "품목제외" 요청

박상효 기자 (s0565@ebn.co.kr)
황준익 기자 (plusik@ebn.co.kr)

등록 : 2018-07-09 16:47

미국에 이어 유럽연합(EU)도 자국 철강 산업 보호를 위해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를 발효키로 하면서 한국 철강업계의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이 3월 유럽산 철강제품에 관세 부과 조치를 내리자 이에 대한 보복에 나서기로 한 것.

9일 업계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는 미국의 철강제품 관세 부과에 따른 EU 철강 업계의 피해를 막고 철강 업계를 보호하기 위해 EU로 수입되는 철강제품에 대해 세이프가드를 잠정적으로 도입키로 했다.

지난 5일(현지시간) EU 집행위원회는 수입산 철강제품에 대해 세이프가드를 발효하는 표결에 돌입, 28개국 중 3개국이 기권하고 25개국이 찬성표를 던졌다. 이에 따라 EU 집행위는 이달 중에 철강 세이프가드를 잠정 도입하고 곧 발동할 방침이다.

EU 집행위는 미국의 철강관세 부과로 수출길이 막힌 외국산 철강이 덤핑으로 유입되는 것을 막겠다는 명분으로 지난 3월부터 냉연강판, 열연후판, 전기강판 등 26개군 283개 제품에 대한 세이프가드 조사에 착수했다.

EU는 최근 몇년간 수입량을 기준으로 쿼터량을 결정하고 쿼터량을 초과하는 제품에 대해서는 25%의 관세를 부과할 계획이다.

2017년 기준 국내 철강제품의 전체 수출 물량 3200만t 가운데 유럽연합에 수출하는 물량은 330만t으로 전체의 10.4%를 차지한다.

현대차증권에 따르면 국가별 수입은 인도와 터키가 375만톤으로 가장 많고 중국, 한국, 러시아, 우크라이나 순서다.

한국의 EU향 수출량은 지난해 기준 330만t(비중은 수출의 10%)으로 미국향 물량 356만t과 비슷하나 판재가 290만톤으로 87%를 차지한다. 품목별로는 아연도강판이 71만t으로 가장 많고 열연 58만t, 냉연 56만t, (중)후판 43만t, 칼라강판 29만t, 강관 9만t 순서이다.

박현욱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는 EU의 세이프가드 조치가 시장에 부정적인 인식을 줄 것"이라며 "하지만 주요 국가들의 열연가격을 비교해보면 한국 670달러, 중국 600달러, 미국 1013달러, EU 849달러로 한국과 중국이 EU 수출에 25%의 관세를 부담해도 수출이 가능한 수준이며 장기적으로는 철강가격 상승으로 투자심리가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자국 보호무역주의에 따라 올해 상반기 수입철강에 대한 관세부과 및 쿼터할당 등의 조치를 실시했다. 이에 한국 철강사들의 미국 철강재 수출량은 지난 2월 30만8850t(비중, 12.1%)을 기록한 후 5월 15만8065t(5.9%)으로 반토막이 난 상황이다.

위기의식을 느낀 한국을 포함한 주요 철강 수출국들은 유럽 등을 수출 대체 시장으로 삼았으나 이마저 여의치 않게 됐다.

국내 철강업체들의 EU 수출량은 지난 1월 29만5756톤(비중 11.1%)을 시작으로 꾸준히 증가, 지난 5월 32만7010톤(12.2%)을 기록 중인 상태다.

아울러 미국에서 시작된 보호무역주의가 세계 각국으로 확대되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글로벌 무역전쟁의 여파로 국내 철강업계는 비상이 걸렸다.

미국의 무역확장법 232조 발동으로 인해 미국 수출길이 제한되면서 그동안 국내 철강업계는 유럽과 동남아 등으로 물량을 돌려 수출을 확대하고 있었다.

하지만 EU 등 전 세계적으로 미국 철강 관세로 인한 자국 수입 증가를 막기 위한 보호 무역주의에 뛰어들면서 한국 철강업계는 사면초과에 빠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 美 관세폭탄, 철강 수출 타격 현실화…포스코 "올해 쿼터 반납"

미국의 관세폭탄과 쿼터 시행으로 철강업계의 대미 수출 어려움이 현실화되고 있다. 쿼터 대상 철강제품의 대미 수출량은 감소하고 있고 포스코는 할당된 쿼터까지 반납하기에 이르렀다.

포스코는 열연, 냉연 등 철강 개별 품목에 미국이 관세 폭탄을 부과하고 있어 어짜피 고율의 관세를 포함하면 수출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판단, 개별적으로 받은 열연·냉연 쿼터를 지난달 26일 한국철강협회에 자진 반납했다.

포스코는 쿼터 반납과 함께 올해 미국에 더 이상 수출을 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동남아 시장이나 내수로 물량을 돌려 판매할 계획이다.

포스코가 반납한 쿼터는 현대제철이 받아 수출량을 채우게 됐다.

포스코는 현재 대미 수출 열연강판에 62.57%(반덤핑 3.89%, 상계 58.68%), 냉연강판 66.04%(반덤핑59.72%, 상계관세 6.32%) 관세를 적용받고 있다. 현대제철도 열연강판 13.38%(반덤핑9.49% 상계 3.89%), 냉연강판 38.22%(반덤핑 34.33% 3.89%)다.

철강업계에 따르면 올해 미국의 수입규제로 쿼터를 적용받은 철강제품의 대미 수출은 지난 3월부터 감소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미국의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25% 추가 관세를 면제받는 대신 대미 수출을 2015~2017년 평균의 70%로 제한하는 쿼터를 수용했다.

쿼터 적용 철강제품의 대미 수출증가율은 1월 30.5%, 2월 43.2%였지만 3월부터 -8.4%, 4월 -21.0%, 5월 -46.1%로 나타났다.

올해 4~5월 쿼터 적용 품목의 대미 수출이 34.1% 감소했지만 쿼터 미적용 품목은 46.1% 증가했다. 쿼터 적용 품목은 지난해 우리나라 대미 철강 수출액의 73.6%를 차지한다. 나머지 품목은 쿼터 없이 수출할 수 있다.

포스코외 특정 철강재에 높은 반덤핑 관세를 맞고 있는 철강업체들의 반납사례도 추가적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주어진 쿼터도 채우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 역시 나온다.

넥스틸은 유정용강관 수출을 사실상 접었다. 넥스틸 관계자는 "이미 지난해 4월 고율의 반덤핑 관세를 받은 이후 대미 수출을 중단하고 송유관 및 일반관 위주로 생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쿼터 반납은 아직 고려하지 않고 있다.

강관은 대미 수출 비중이 높아 그나마 나은 편이다. 냉연 등 타 제품들의 경우 반덤핑 관세율이 높아 미국 내 철강제품 가격이 하락하면 수출이 어려워질 수 있다.

미국의 보호무역 강화로 미국 내 철강가격은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미국이 타국과 관세 협상을 마무리 짓고 본격적인 대미 수출이 시작되면 가격은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반덤핑 관세를 맞은 한국산 철강재의 가격경쟁력은 낮아져 수출에서 수익을 내기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된다.

철강 관계자는 "많은 양이 쿼터를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높은 반덤핑 관세 부과가 계속되면 관세 면제 효과는 사실상 없어지게 된다"며 "수출량 조절이 힘든 중소업체의 경우 주어진 쿼터도 소화하기 힘들 수 있다"고 말했다.


▲ 한국 '품목제외' 절실, 미국 신중…"정부 및 협회 나서달라"

철강업계는 미국의 철강수입 규제가 지속되기에는 무리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내 철강 제품 수요를 모두 충족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유정용강관, 송유관 등 수요가 많은 품목은 수입요구가 거세다.

이에 미국 상무부는 지난 3월 19일부터 미국 수입업체들로부터 232조 철강·알루미늄 관세 제외 품목 요청을 접수하고 있다. 지난달 26일까지 상무부가 검토 후 공개한 신청서는 9646건에 달한다.

우리나라도 수출쿼터를 수용하는 대신 232조 관세 면제를 얻어 낸 상황이지만 한국산 수입품에 대한 면제청원은 863건이나 된다. 여기에는 세아제강, TCC동양 등 국내업체들의 요청도 포함됐다.

세아제강 미국법인은 유정용강관 14개 품목(총 13만5000t)을 제외해달라고 요청했다. 해당 품목의 2015~2017년 평균 수출량은 약 16만~17만t이다.

세아제강 관계자는 "미국법인에서는 3가지 종류만 생산이 가능해 다양한 구경의 제품을 판매하기 위해서는 수입이 불가피하다"며 "(수출량 확대를 위해) 모든 조치를 시도해 보고 있다"고 말했다.

세아제강이 이렇게 호소하는 이유는 유정용강관을 사용하는 원유와 가스 굴착설비가 증가하면서 제품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지난달 21일 미국 상원청문회에 참석한 윌버 로스 상무장관은 "쿼터 적용국에 대한 품목 제외는 법적 근거가 부족하나 쿼터가 소진된 제품에 한해 품목 제외를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혀 추가 심사에서 한국산 품목 면제를 기대해 볼 여지가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트럼프 정부는 여전히 대미 수출 급증을 기록한 국가에 대한 품목 제외에는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정민 미국 워싱톤무역관은 "미국이 조치한 232조 철강규제의 목표는 미국 내 설비 가동률 80%를 달성하는 것이다"며 "미국 정부는 한국식 쿼터 규제 방식을 최우선적으로 선호하며 향후에도 쿼터 규제국의 우회수출을 집중 관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최근 미국 철강수입업계가 무역확장법 232조의 '위헌성'을 문제삼아 법률무효 소송을 제기하는 등 트럼프 정부의 관세와 관련한 갈등이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미국으로부터 관세폭탄과 함께 쿼터 적용으로 대미 수출길이 막힌 만큼 철강업계는 미국의 기조 변화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