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 무산 or 극적 타결…이스타항공 운명의 날

송고 2020.07.15 15:22 | 수정 2020.07.15 15:29
EBN 이경은 기자 (veritas@ebn.co.kr)

15일 자정 선행조건 마감…제주항공 "선행조건 미이행이 자동 계약해지는 아냐"

이스타 미지급금 줄이기·정부 중재 효과 있을까…"이스타 답변 받아보고 검토 후 입장 결정"

제주항공, 16일 입장 바로 내진 않을 듯…인수해도 안해도 제주항공에 부담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에 통보한 선행조건 마감시한이 임박하면서 최종 인수 여부에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연합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에 통보한 선행조건 마감시한이 임박하면서 최종 인수 여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항공업계에서는 인수 무산 가능성이 크다는 쪽으로 무게추가 기울고 있지만 정부가 중재에 나서면서 막판 변수가 될 지 관심사다.

15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에 제시한 선행조건 마감시한은 이날 자정까지다.

제주항공은 앞서 지난 1일 이스타항공에 "10 영업일 안에 선행조건을 모두 이행하지 않으면 계약을 해지할 수도 있다"는 내용을 담은 공문을 보냈다. 제주항공이 말하는 선행조건은 체불임금 260억원을 포함한 1700억원의 미지급금 해결과 타이이스타젯의 지급보증 문제 해소 등이다.

다만 제주항공은 선행조건 미이행이 자동 계약해지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선행조건을 이행하지 않으면 계약을 해지할 수도 있다는 것이지 바로 계약을 파기한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의 답변을 받아보고 내용 검토를 거쳐 입장을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현재까지 입장에 변화는 없으며 이스타항공에서 선행조건 이행과 관련해 어떤 답변이 오느냐에 따라 변동사항이 있을 수 있다"며 "인수 관련 입장 발표는 내일 당장 한다, 안한다를 말할 수 없지만 아무래도 이스타항공에서 보낸 답변을 검토할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마감시한을 앞두고 이스타항공은 1700억원 규모의 미지급금을 줄이기 위해 총력을 기울여왔다. 이스타항공 조종사노동조합이 고용유지를 전제로 체불임금을 반납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리스사와도 협의 과정에서 일부 긍정적인 반응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스타항공이 미지급금을 완벽하게 해결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미지급금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정유·조업사와 대금을 탕감해달라고 협상을 벌이고 있지만 이들 기업도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사태로 실적이 악화되고 있어 이스타항공의 요청을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토교통부에 이어 고용노동부까지 중재에 나서면서 막판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3일 채형석 애경그룹 부회장,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만난 자리에서 뚜렷한 인수 의지를 보일 경우 관계부처와 긴밀히 협의해 정부 차원의 지원이 최대한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고용부는 지난주 제주항공과 면담을 통해 이스타항공의 체불임금 관련 입장을 청취했다. 다만 제주항공은 이 자리에서 "정부의 지원 패키지 프로그램을 보고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정부 중재에도 불구하고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을 최종 인수할 가능성은 낮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정부 당국으로서는 손놓고 있을 수만은 없기 때문에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을 만난 것이지 큰 의미는 없다고 본다"며 "정부가 사기업 M&A(인수·합병)에 간섭을 할 수도 없을 뿐더러 제주항공에 이스타항공 인수를 위해 대규모 정책자금을 지원하면 형평성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러한 상황이 제주항공에 적잖은 부담이 될 것이라고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 인수를 하든, 안하든 짐을 떠안을 수 밖에 없다.

인수하게 되면 완전 자본잠식에 빠진 이스타항공 정상화를 위해 상당한 자금과 시간을 쏟아부어야 한다. 하지만 제주항공도 코로나19 여파로 지난 1분기 600억원대의 적자를 봤고 2분기에는 사상 최대 적자가 우려되면서 유동성 위기가 불거지고 있는 상황이다. 자칫 인수를 잘못했다가는 제주항공마저 부실해질 수 있는 것이다.

제주항공이 인수를 안한다고 하면 사회적 비난과 책임론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 인수 계약을 파기할 경우 이스타항공은 파산 수순을 밟게 되고 1600명의 실직자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이번 인수에 워낙 얽힌 이해관계가 많아서 제주항공도 쉽게 결정을 내리지는 못할 것"이라면서도 "비난여론이 인다고 해도 제주항공도 현금 곳간이 비어가는 상황이라 생존을 위해 최종 인수를 선택하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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