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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N 칼럼] 성장형 서사의 미덕

  • 송고 2023.06.19 09:52 | 수정 2023.06.19 09:52
  • EBN 관리자 (gddjrh2@naver.com)

최화인 초이스뮤온오프 대표

최화인 초이스뮤온오프 대표ⓒEBN

최화인 초이스뮤온오프 대표ⓒEBN

최근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명언이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다. 원래는 2002년 ‘리그 오브 레전드’의 프로게이머 김혁규 선수 인터뷰 영상 표제로 등장했다가, 작년 말 카타르 월드컵 16강전에서 축구 강국 포르투갈을 상대로 2대1 역전승을 거둔 대한민국 선수단에게 건네진 태극기에 적혀 있던 이 문구는 이후 많은 사람들의 마음에 각인돼 수많은 기사와 광고, 커뮤니티에서 즐겨 사용되기 시작했다.


세계적인 성공을 이룬 기업가들의 자서전이나 역사책 속 위인 전기(傳記) 역시 ‘꺾이지 않는 마음’이 그들의 남다른 성공에 가장 중요한 전제 조건임을 명확히 보여준다. 2005년 창업멤버의 주거용 아파트에 사무용 책상 2개를 놓고 시작해 국내 최대 여행 플랫폼으로 성장한 야놀자 이수진 대표 역시 마찬가지다.


학맥, 인맥, 재정적 기반. 성공에 필요한 그 어떤 요건도 갖추지 못한 채 오로지 이 대표의 ‘꺾이지 않는 마음’을 가장 큰 자산 삼아 출발한 야놀자는 이제 글로벌 기업으로 또 한 번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자서전 겸 경영일지로 출간했던 이 대표의 『리스타트』 개정판이 최근 다시 나왔다. 개정판 서문에 가장 깊이 마음을 파고든 문장이 있었다.


“나는 나를 본다. 우리는 우리를 만들고 있다.”


서문에 적힌 이 문장처럼 이 대표는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던 창업 초기나 모두가 주목하는 현재나 변함없이 자신이 정한 목적지를 향해 묵묵하게 나아가는 스스로를 보고 있을 것이다. 남들의 시선과 박수갈채에 연연하지 않고서 말이다.


성공은 마술사의 모자 속 토끼처럼 갑자기 “짜잔!”하고 나타나지 않는다. 논리와 이론으로 이뤄지는 것도 아니다. 멈춤 없이 부딪치고 또 부딪치는 선택과 실행에 의해서만 정지화면 같은 시간들을 뚫어낸다.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상황에서도 스스로 설정한 목적지를 향해서 꾸준하게 나아가는 것 이외에 성공의 다른 방법은 없다.


모두가 성공을 원하지만, 성공을 원하는 이가 모두 성공에 필요한 노력을 하는 것은 아니다. 노력해야 할 시점에 제대로 된 노력을 하지 않는 이, 태만하고 도덕적으로 실패한 선택을 연이어 한 이에게 성공이란 결코 다다를 수 없는 신기루이자 허깨비에 불과하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블록체인 기술로 성공하겠다는 기업이 기술과 서비스 개발에는 무관심하면서 코인 발행과 판매에만 매진한다면 과연 그 기업이 기술로 성공할 수 있을 것인가. 보안과 자산 안전성이 가장 중요한 가상자산 운용사가 실현 불가능한 이자율로 호객 행위에만 열을 올린 채 고객의 예치 자산 관리에는 태만하다면 그 회사는 지속 가능한 수익을 거둘 수 있을 것인가.


아니다. 아니다. 아니다. 세 번 아니다. 현재의 국내 블록체인 산업의 붕괴는 산업 종사자들의 내부에서 이미 오래 전부터 시작되고 있었다.


지난주 국내 가상자산 운용사 1·2위 업체였던 하루 인베스트먼트와 델리오가 엇비슷한 시점에 고객 자산 인출을 전면 중단했다. 두 곳 모두 인출 중단 직전에 ‘직원 보호’를 명분으로 사무실을 폐쇄했다. 이미 수많은 국내외 투자자들이 예치 자산을 돌려받기 위해 법적 조치를 추진 중인 가운데, 해당 운용사들이 고객 자산을 빼돌렸다는 이야기가 상당히 구체적으로 나오고 있다.


가상자산 운용사들 뿐만이 아니다. 이미 몇 년 전부터 국내 블록체인 프로젝트들도 줄줄이 망해가고 있다. 어찌 보면 참으로 당연한 수순이다. 자체 메인넷을 개발하던 업체들 중 지속적인 기술 개발로 서비스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는 곳은 거의 없다. 기술로 증명해야 할 영역에서 더 이상 기술로 스스로의 존재 증명을 하지 못한다면 갈 길은 이미 정해져 있다.


기술 개발에 사활을 걸고 간절해져야 할 시기에 그들의 선택지는 다단계식 ‘코인 팔이’와 유명무실한 해외 거래소에 상장한 뒤 업자와 짜고 하루 몇 백만 원의 코인 거래로 가격을 끌어올리는 눈속임이었다.


그들의 행보 어디에도 이미 기술 개발에 대한 진심은 없다. 이제 얼마를 먹고 튈 것인가 타이밍만 남았을 뿐이다. 투자자들이 피해자로 소송을 진행하면, 재판정에 서서 마치 그 모든 일이 스스로의 자율적 선택이 아니라 “투자 유치가 안 되는 상황에서 어쩔 수 없었다”며, 피치 못할 상황이었다고 주장할 것이다.


그러나 모든 순간 우리는 선택할 수 있고 스스로의 선택을 실행할 수 있는 자율성이 있다. 선택은 인간만이 할 수 있다. 챗-GPT의 등장으로 인간이라는 유기체는 거대한 인공지능 프로그램에 적수가 될 수 없다는 비관적 시각이 늘고 있지만, 인간의 선택에는 기계의 논리적 연산으로는 절대 설명할 수 없는 의외성과 비합리성이 있다.


그런 의외성과 비합리성으로 우리는 새로움을 창조하고 없었던 가능성을 열어간다. 미련할 만큼 우직하더라도, 비합리적인 우직함을 스스로의 신념으로 선택하는 ‘꺾이지 않는 마음’이 이어질 때 반드시 성공이라는 결과값으로 돌아온다. 조선의 독립운동도 그렇다.


1868년 메이지유신(明治維新)을 거쳐 일본은 아시아에서 가장 빠르게 근대화에 성공했고, 곧바로 제국주의 식민지 침탈 대열에 동참해 동아시아 최강국이었던 중국을 이기고 러시아 제국의 함대를 격침시키는 강대국으로 성장했다.


조선은 급속한 일본 제국주의 성장에 가장 먼저 공격당했고, 가장 오래 고통 받은 식민지였다. 당시 현실에선 조선이 다시 독립된 자립국가가 될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 그럼에도 누군가는 조선 독립을 마음의 목적지로 정하고, 현실적이지 않은 우직한 선택을 했다.


그 선택의 결과로 일본 제국주의 침략기 35년간 수많은 독립투사들이 비인간적인 구금과 잔혹한 고문, 제대로 된 재판 한 번 받아보지 못한 채로 잔인하게 처형당했다. 남은 가족들은 일제의 살벌한 감시 속에서 변변한 교육조차 받지 못한 채 가난에 허덕이다 죽어갔다.


그러나 그 비합리적이고 우직한 선택 덕분에, 2023년 오늘날 세계 최고 수준의 의료 서비스와 사회적 인프라가 마련된 세계 10위의 경제대국 대한민국이 건국 가능했다.


물론 독립운동에도 초심을 잃은 이들은 있었다. 이들은 조선 독립의 가능성이 점점 희박해지자 당초의 목적지를 이탈해 현실적으로 가장 유리한 선택을 한 뒤, 일제 강점기에서 벗어난 뒤엔 스스로를 기망하며 어쩔 수 없었노라 자기합리화를 일삼았다. 비겁함에 비루함이 더해진 삶이었다. 역사는 그들을 ‘매국노’와 ‘변절자’라 부른다.


우리가 되새겨할 것은 무수한 실패를 거듭하면서도 현실의 벽을 기어코 넘어선 평범한 이들의 ‘꺾이지 않은 마음’이다. 지나간 시간에는 부끄러운 선택과 비겁한 변명들을 쌓아왔지만, 오늘은 어제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고자 하는 의지와 스스로에게 당당한 선택을 하는 실천의 이어짐이다. 성장은 그렇게 이루어진다. 이것이 성장형 서사의 미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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