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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N 칼럼] 탈난 한국경제, 이대로 지켜만 볼 것인가

  • 송고 2023.10.30 06:00 | 수정 2023.10.30 06:00
  • EBN 관리자 외부기고자 ()

박병률 칼럼니스트

박병률 칼럼니스트

지난해 일본경제연구센터는 “일본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내년(2023년)에 한국을 밑돌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를 보도한 니혼게자이신문은 “당초 한국은 2027년 일본을 역전할 것으로 추정했지만 그 시기가 앞당겨졌다”며 “이런 현상은 일시적인 게 아니고, 한국은 2023년 대만의 1인당 GDP를 추월한 이후 2035년까지 동아시아 1위를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1년이 지난 지금. 일본경제연구센터의 전망은 비껴갔다. 올해 한국의 성장률은 1.4%, 일본은 1.8%로 예상된다. 일본이 한국을 앞선 것은 외환위기(1998년)이후 25년만에 처음이다. 한일 성장률 역전과정은 ‘드라마틱’하다.


올해 초만 해도 이같은 사태를 예측한 사람은 없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처음 전망했던 2021년 12월 한국은 2.7%, 일본은 1.1%였다. 이후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매번 낮추더니 마침내 지난 9월 OECD는 한국 1.5%, 일본 1.8%로 한일 성장률 역전을 예고했다. 1.6%포인트 앞서던 성장률이 오히려 0.3%포인트 뒤집힌 것이다. 상황은 더 악화돼 10월 IMF 발표에서는 한국 1.4%, 일본 2.0%로 양국 간 차이는 0.6%포인트까지 벌어졌다.


이런 추세대로라면 내년 성장률도 장담할 수 없다. 당초 IMF는 내년도 한국 성장률을 2.4%, 일본을 1.0%로 봤다. 지난 10월에는 한국 2.2%, 일본 1.0%로 한국은 낮추고 일본은 보합이었다. 양국 간의 차이는 1.4%포인트에서 1.2%포인트로 좁혀졌다. 내년이라고 전망이 또 뒤집히지 않는다고 장담하기 어렵다.


한국 1인당 GDP가 내년 일본을 앞설 것이라는 일본경제연구센터의 전망은 한국 성장률이 일본 성장률보다 두 배는 더 클 것이라는 전제에서 만들어졌다. 2021년 일본의 1인당 GDP는 3만9340달러로 세계 28위, 한국은 3만3801달러로 세계 30위였다. 하지만 일본 성장률이 한국을 다시 앞선다면 당연히 일본을 따라잡을 수 없다. 도대체 지난 1년간 한국경제와 일본경제에는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한번 역전의 기회를 놓치니 계속 밀린다. 한국은행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강준현 의원(더불어민주당)에게 제출한 ‘최근 20년 한국 포함 주요국 연도별 국내 총생산(GDP)갭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 6월 OECD는 올해 한국의 잠재성장률을 1.9%로 예상했다.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1%대로 떨어진 것은 처음이다. 내년은 더 낮춰 1.7%로 전망했다. 그러니까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올해 처음 2%를 밑돈 뒤 내년에는 1% 중후반까지 떨어진다는 얘기다.


잠재성장률이란 한 나라의 노동·자본·자원 등 모든 생산요소를 모두 동원하면서도 물가 상승을 유발하지 않고 달성할 수 있는 최대 성장률을 말한다. 그러니까 정상적으로는 한국이 1%이상 성장하기 어렵다는 얘기가 된다.


올해 한국의 잠재성장률(1.9%)은 미국(1.8%)보다 높았지만 내년(1.7%)부터는 미국(1.9%)보다 낮아지게 된다. 통상 경제규모가 작은 나라가 성장률이 높다는 것을 감안하면 자못 충격적이다. 이뿐 아니다. 2020년과 비교해 미국과 캐나다(1.1→1.6%), 이탈리아(0.3→0.8%), 영국(-1.3→1.2%)은 잠재성장률이 상승했다. 이대로라면 몇년 뒤 한국은 미국 뿐 아니라 다른 G7국가에게도 성장률이 뒤지게 된다. 이는 한국의 성장이 사실상 끝났다는 것으로 G7 목전에서 중진국 그룹으로 밀려남을 의미한다.


한국 잠재성장률의 가파른 하락의 가장 큰 이유는 출생률 하락이다. 눈 깜짝할 사이 합계출산율 0.7명대까지 떨어진 상황에서 혁명수준의 생산성 향상이 없다면 성장률을 지켜내기 힘들다. 하지만 성장률 하락 이유를 출생률 탓만으로 돌리기에는 뭔가 부족하다. 올해 성장률 전망치의 드라마틱한 하락은 출생률만으로는 설명이 안 되기 때문이다.


한국 경제의 시스템 어딘가에 심각한 탈이 나있다. 원인은 한군데 있지 않다. 규제가 많지 않은지, 생산비용은 높지 않은지, 노동환경은 열악하지 않은지, 주택비용은 높지 않는지, 교육제도는 부실하지 않은지, 소득불평등은 심하지 않는지, 세금은 많지 않은지, 외교정책은 적절한 지, 정치는 문제가 없는지 등을 모두 점검해야 한다. 이를 통해 보수와 진보, 좌우의 시각에서 원인을 찾고 답을 구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특정집단, 특정 경제주체에만 문제를 돌려서는 해결될 수 없다.


사회집단이 일치된 행동을 할 수 있는 역량을 이슬람에서는 아사비야(asabiya)라 부른다. 피터 터친은 저서 <제국의 탄생>에서 제국은 제국민족이 협력하는 능력을 상실할 때, 즉 아사비야를 상실할 때 붕괴한다고 말한다. 사회집단의 결속력을 높이기 위해 필요한 것은 배제가 아니라 이해다. 그 역할을 해줘야 하는 것이 정치다. 1970년대 중반만 해도 한국 노동자들은 돈을 벌기 위해 일본과 태국으로 떠났다. 50년 뒤 돈 벌기 위해 다시 일본과 태국으로 떠날 수는 없는 노릇 아닐까. 적어도 그런 컨센서스가 한국 사회에 형성돼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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