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들 여성 사외이사 채웠지만…

송고 2023.04.03 16:05 | 수정 2023.04.03 16:12
EBN 김창권 기자 (kimck2611@ebn.co.kr)

상장된 10대 건설사, 올해 ESG경영 필수항목 갖춰

대우건설 주주총회 전경 모습ⓒ대우건설

올해 정기 주주총회를 마친 건설사들이 여성 사외이사를 모두 채우면서 ESG경영 강화를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과 일부 규정에 의해 여성 사회이사를 선임하다보니 건설업과 밀접하지 않은 인원이 대다수여서 아쉬움도 제기된다.

3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시공능력평가 순위 상위 10대 건설사 가운데 상장사의 경우 올해 주주총회에서 여성 사외이사를 모두 선임하면서 이사진에 변화를 줬다.

지난달 HDC현대산업개발은 주총을 통해 회사 역사상 처음으로 최진희 고려대학교 경영대학 교수를 여성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회 위원으로 선임했다. 최 교수는 서울대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시카고대 부스경영대학원에서 행동과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소비자 행동과 심리 등 마케팅 분야의 전문성을 살려 아이파크 브랜드가치 제고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대우건설도 올해 주총에서 회계·재무 전문가인 안성희 카톨릭대학교 회계학과 부교수를 여성 사외이사로 선임했는데, 감사위원회의 전문성 제고 및 기능 강화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주목되는 점은 기존에 이영희 법무법인 바른 대표변호사가 여성 사외이사로 활동 중인 가운데 여성 사외이사를 추가했다는 점이다.

이에 대우건설은 법률과 회계 분야 전문가를 여성 사회이사로 채우면서 기존 사외이사 6명 중 2명을 여성으로 구성하는 등 10대 건설사 중에서는 가장 높은 여성 비율을 갖췄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단순히 경쟁사들과 똑 같은 수준의 ESG경영 활동에 그치지 않고 보다 더 나은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 여성 사회이사 비중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삼성엔지니어링도 주총에서 최정현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교수를 첫 여성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이처럼 올해 주총을 마무리한 기업들은 여성 사외이사를 재선임하거나 신규로 선임한 곳들이 많았는데, 이 같은 배경에는 지난해 8월 시행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제165조20항에 따라 자산 총액이 2조원 이상인 상장사의 경우 이사회 구성원을 특정 성별로 구성할 수 없도록 의무화했기 때문이다.

이에 삼성물산은 건설사 가운데 가장 빠른 지난 2020년 제니스 리 김앤장법률사무소 고문을 여성 사외이사로 선임한 바 있다. 또 현대건설과 GS건설, 현대엔지니어링은 2021년에 각각 조혜경 한성대 IT융합공학부 교수, 조희진 법무법인 담박 대표변호사, 김아영 서울대 기계공학부 교수를, DL이앤씨는 지난해 신수진 한국외대 초빙교수를 사외이사로 선임을 완료했다.

반면 비상장사로 여성 사외이사를 갖출 의무가 없는 롯데건설은 남성 사외이사만 구성돼 있고 포스코이앤씨(포스코건설)의 경우 별도의 사외이사가 존재하지 않아 10대 건설사 중 이들만 여성 사외이사가 없다. 다만 여성 사외이사를 선임하지 않는다고 해도 별도의 처벌 조항은 없다.

그러나 ESG경영 평가에 있어서 지배구조 불균형에 따른 감점 대상이 될 수 있어 상장 건설사들이 유효기간인 올해 안에 여성 사외이사 선임을 완료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이렇게 급작스럽게 여성 사외이사를 충원하다보니 건설업과 밀접한 관련이 없는 이들이 대다수다.

실제 건설업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여성 사외이사로는 현대건설의 조혜경 교수, 현대엔지니어링의 김아영 교수, 삼성엔지니어링의 최정현 교수 정도다. 대부분의 여성 사외이사는 법무나 재무 전문가인 경우가 많고, 마케팅이나 문화 분야 전문가를 모시기도 했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건설사는 기본적으로 남초 회사란 이미지가 강하다 보니 건설 분야에서 이사급으로 모실만한 명망 있는 여성 인력을 찾는 것이 쉽진 않다”며 “실무에 있는 여성 직원들의 경우 대부분 소장급이 많아 차후 시간이 지나면 이들이 임원이 돼서 자연스럽게 여성 이사들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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