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롯데주요계열사 진두지휘한 유통업계 대모
신동빈 회장의 구원투수에서 골칫거리로 전락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이 구속이라는 초유의 상태를 맞았다.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롯데면세점 비리의혹에 연루돼 검찰수사를 받은지 1주일여만이다.
'롯데의 공주', '유통업계 대모' 등 화려한 수식어로 불려왔던 신 이사장은 롯데그룹 오너 일가의 첫 검찰소환이라는 불명예에 이어 최초구속이라는 망신을 피할 수 없게 됐다.
7일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부장 박찬호)는 배임수재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 혐의로 신 이사장을 구속 수감했다. 신 이사장은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롯데면세점과 롯데백화점 등의 사업부를 총괄하며 입점을 대가로 업체들로부터 30억에 달하는 부당한 이익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신 이사장은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과 첫째부인인 고 노순화씨 사이에서 태어난 롯데가의 맏딸로, 롯데그룹의 주요계열사를 총지휘하며 키워온 인물이다. 신 이사장은 1973년 롯데호텔 이사로 경영일선에 뛰어든 이후 롯데백화점 상무, 롯데쇼핑 사장 등 주요요직을 두루거치며 롯데그룹을 대형 유통으로 성장시키는데 일조했다. 롯데그룹이 국내 재계 5위로 성장하기까지는 신 이사장의 도움도 컸다고 업계 관계자는 설명했다.
신 이사장은 탄탄한 업력을 바탕으로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과 여성경영인으로서 어깨를 나란히 하기도 했지만 검찰에 구속되면서 '대모'라는 별명이 무색해졌다. 개인 이미지 추락은 물론이고 그룹 전체에까지 악영향을 미치는 '트러블메이커'로 전락했다.
◆ 부당이익 챙기기에 눈먼 삐뚤어진 모정
신 이사장은 화려한 집안배경과는 달리 아픈 가족사를 품고 있다. 신 이사장은 신격호 회장이 일본으로 건너가 새로 결혼하면서, 어머니인 노씨가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아버지의 보살핌을 받지 못했다. 때문에 신격호 회장의 아픈 손가락으로도 알려져있다. 신 이사장은 결혼해 1남3녀를 뒀지만 이혼했다.
신 이사장의 이번 비리사건에는 1남3녀의 자식들이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신 이사장은 과거 시네마푸드와 시네마통상을 운영하며 롯데시네마에서 이익을 독점하며 눈총을 받았다. 시네마통상과 시네마푸드는 신 이사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것과 동시에 세 딸이 주요 주주로 있던 회사다.
두 회사는 롯데시내마가 지난 2013년 영화관내 매점사업을 직영으로 전환하면서 밥줄이 뚝 끊겼다. 결국 두 회사는 경영난에 시달리다 지난 1월부터 정리작업에 들어갔다.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면세점 입점 비리에 연루된 B사의 운영자 역시 신 이사장의 아들인 장모씨다.
장씨는 이곳에서 매년 100억원 가량을 급여 명목으로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신 이사장은 또 딸들을 B사의 통상 임원으로 거짓 등록해 40억원 상당의 급여를 챙겨줬다. 신 이사장의 첫째 딸은 1995년부터 2010년까지, 둘째 딸과 셋째 딸은 2002년부터 2010년까지 B사의 등기임원으로 이름을 올렸다.
◆신동빈의 '구원투수'에서 '골칫거리'로 전락
신 이사장은 신동주-신동빈 형제의 경영권분쟁에서도 '캐스팅보드' 역할로 주목받았을 만큼 롯데가의 핵심 인물이다. 신 이사장은 현재 롯데제과(2.52%), 롯데칠성(2.66%), 롯데푸드(1.09%), 롯데건설(0.14%) 등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신 전 부회장과 신 회장의 지분 차이가 미미한 상황에서 신 이사장이 어느 쪽에 더 심을 실어주느냐에 따라 경영권 승부가 갈릴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신 이사장은 경영권 분쟁 초기에는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 측에 서는 모습을 보이다가, 이후 신동빈 쪽으로 기우는 행보를 보였다. 잠실 롯데월드몰에서 열린 임직원 대상 콘서트와 롯데월드타워 상량식에 신 회장과 나란히 참석하는 등 신 회장의 '원 롯데 원 리더'에 힘을 실어주면서 신 회장의 구원투수로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구속으로 신 이사장은 롯데가의 골칫거리로 전락하게 됐다. 검찰이 신 이사장을 구속하면서 롯데그룹의 비자금 조성 등의 수사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기 때문이다. 신 이사장이 롯데계열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 등기이사 등의 직책도 맡았던 만큼 비자금 관련해서도 알고 있는 게 많을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롯데의 내부사정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 신 이사장이 구형량 감경 등을 조건으로 신 회장에게 불리한 진술을 할 가능성이 있어 롯데는 바짝 긴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재계 관계자는 "검찰이 범죄행위 증거를 확보할 목적으로 해당 인물을 잘 아는 피의자와 구형량 감경 등을 조건으로 거래를 하는 경우가 많다"며 "신 이사장은 그런 거래를 하기에 최적의 인물이다"고 말했다.
©(주) EB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서울미디어홀딩스
패밀리미디어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