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시부터 5시까지 장시간 공판에도 지친 기색 없어
수십장의 변호인 PPT 경청‥휴정 땐 변호인과 긴 대화도
첫 정식 공판에서도 조현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한국타이어) 회장의 긴장한 모습은 볼 수 없었다. 장시간의 공판에도 조 회장은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검찰 측과 변호인 측의 입장을 경청했다. 휴정 때는 변호인과 대화를 나누며 '경력자'의 여유를 보이기도 했다.
14일 10시, 서울중앙지방법원 서관 417호는 이전보다 더 많은 기자가 몰렸다. 이날은 200억원대 횡령·배임 및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를 받는 조 회장의 첫 공판이 열리는 날이었다. 조 회장은 역시 황토색 수의를 입고 출석했다.
검사 측 입장 발표가 시작되자 조 회장은 준비된 PPT를 뚫어져라 응시했다. 이전 재판에서도 그랬듯이 고개를 떨구거나 눈을 감고 있는 모습 등은 볼 수 없었다. 검사 측의 발표는 약 1시간 만에 끝이 났다.
당당하게 발표하는 변호인들의 모습은 조 회장의 입장을 대변하는 듯했다. 약 11시쯤 발표를 검사 측에 이어 바로 진행할 것인지, 아니면 오후 공판에 실시할 것인지 묻는 판사의 질문에 변호인은 당장 발표하고 오후에도 이어 진행하겠다고 말하고선PPT를 켰다. 이전 공판준비기일 때는 5~6명의 변호인이 입장 정리가 되지 않아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이번엔 그런 상황은 일어나지 않았다.
변호인 측은 방대한 양의 PPT 자료를 토대로 검찰의 공소사실을 반박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다양한 대법원 판례 및 사례를 예시로 들며 검찰 측이 과도한 판단을 하고 있다고 열변을 토했다. 12시 휴정을 알리면서 조 회장을 비롯한 모든 이가 한숨을 돌리러 법정을 빠져나갔다.
공판 재개 전인 오후 2시, 오전과는 다른 분위기가 흘렀다. 점심을 먹고 온 덕인지 다들 편안한 표정을 짓고 있었고, 조 회장 또한 여유로운 모습으로 다시 재판장에 들어섰다. 입장 당시에는 눈웃음을 지으며 변호인들과 인사했고, 자리에 앉아서는 약 2~3분간 옆자리의 변호인과 귓속말을 나누기도 했다.
오후 변론에서도 변호인 측은 혐의 대부분을 부인하며 이유를 상세히 설명했다. 재판이 쉬지 않고 두시간가량 진행되는데도 마스크를 쓴 조 회장의 눈은 초롱초롱 빛났고, 오로지 PPT 쪽을 응시하고 있었다. 다만 고개를 끄덕이거나 부정하는 등의 제스처는 한 번도 보이지 않았다. 자세를 고쳐 앉는 모습도 없었다. 그는 총 여섯 시간이 넘는 공판 내내 자신의 떳떳함을 입증하듯이 장승처럼 허리를 세우고 앉아 있었다.
다만 약 15분간의 휴정 때는 다소 경쾌한 걸음으로 법정을 나가는 모습도 포착됐다. 오후 5시경 공판이 종료되고 나서는 지인으로 추정되는 이들과 가벼운 묵례를 하고서 법정을 빠져나갔다. 다음 공판 기일은 오는 21일 오후로 예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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